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Feb 10. 2021

92화. 청춘의 연애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20대의 끝자락에 시작한 연애. 4년의 연애 공백이 있었지만 그를 만난 이후 저는 처음인 것들을 꽤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지내다 보면 으레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었겠지만 차도 없었고 연애도 하지 않았던 제가 경험할 수 있는 호주는 꽤 한정적이었거든요. 연애는 서로의 세계가 넓어지는 일이라는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시간들을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죠. 10년 동안 사용해 본 적 없던 운전면허증을 처음으로 꺼내어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낚시를 가고 늦은 밤 국립공원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는 낭만적인 일도 경험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소중한 기억들일까요. 운 좋게 호주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그를 기다리는 일도 너무 즐거웠지만 카페를 유난히 좋아하는 저를 배려해 멀리 있는 카페까지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가주던 그가 무척이나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하루 종일 원두 냄새를 맡으며 카페는 질릴 만큼 머물렀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우리 두 사람이 주머니에 있는 모든 돈을 탈탈 털어 로드트립을 떠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무모한 일이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저희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었거든요. 아마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얼마나 즐거울까요. 저는 늘 생각합니다. 결혼을 한 건 제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말입니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면 어떻게 그렇게 두 사람 모두 가진 게 없었을까요. 그렇다고 지금 더 많이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편입니다. 무모하게 호주에 도착했지만 그리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였는데 호주에서 함께 지내던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십시일반으로 짐을 꾸려 일주일의 로드트립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차를 빌려준 선배, 꽃보다 청춘 촬영이 끝나고 남은 보조식품들을 아낌없이 싸주시던 회사분들 덕분에 매일 캠핑장에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지요. 이틀 내내 비가 내려 텐트가 젖어가던 기억, 캠핑장의 부엌에서 오래오래 머물며 와인을 마시던 일, 서핑을 배우러 가서 바닷물만 잔뜩 마시고 돌아온 일, 매일 아침 못생기고 퉁퉁부은 얼굴로 눈곱만 떼고 커피를 마시던 일 모두 지금은 너무나 그리운 기억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도 혹시 있으신가요? 무모했던 청춘의 기억, 시간을 되돌려도 아마 다시 무모한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되는 추억들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91화. 그런 줄만 알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