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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pr 19. 2021

97화. 해야만 하는 이유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살면서 몇 번이고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시간. Birth(출생)와 Death(죽음) 사이에는 Choice(선택)라는 단어가 있다는 말에 무척이나 공감을 하게 되는 바이다. 직장을 선택하는 일부터 연애를 하는 일, 결혼을 하는 일 그리고 아이를 가지는 일까지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었고 남은 인생 또한 그럴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때론 그 선택의 무게에 자주 무거운 숨을 토해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나의 가장 최근의 선택은 직장을 그만둔 것 그리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내가 한 선택이 가장 최선이었다고 생각을 하는 바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요즘, 친구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나는 자주 생각하곤 한다. ‘옳은 선택’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라고 말이다. 어쩌면 ‘옳은 선택’이라는 표현보다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조금 더 어울리는 말이 아닐는지. 내가 한 선택에 후회가 없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것이 좋은 삶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나는 그의 배경이 그토록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집도 그리 잘 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밥벌이를 하고 계시고 우리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도 노후 준비와 그 외의 활동들을 열심히 하고 계셨기에 나는 평생 보고 자란 우리 집의 모습이 가장 평범하다고 느끼며 살아왔다. 연애를 할 땐 집을 챙겨야 하는 그의 상황이 그저 조금 이해가 안 되던 부분이었지만 결혼이라는 큰 선택을 앞두고는 몇 날을 잠도 못 자고 고민할 정도였으니 주변에서 결혼을 앞두고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에 자주 공감하는 편이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의 전셋집 마련을 위해 모아둔 돈을 모두 드리고 정작 본인은 고시원에서 제대로 된 끼니도 챙기지 못하며 사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시작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지만 사실 나 역시도 그즈음에 운명의 장난처럼 부모님이 전셋집 보증금에 보태라며 모아주신 돈을 보이스피싱으로 모두 날리고 그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시작점에 서있었던지라 자존감이 모두 무너진 상태였다. 어쩌면 바닥을 치고 올라온 그 경험은 사람의 배경이 아닌 본질을 보라는 시험대와도 같았다고 나는 자주 생각한다. 그래도 그는 가능성과 미래가 반짝거리는 사람이었기에 우리는 결국 결혼을 선택했다. 물론 이따금 시부모님이 집을 해주신 친구들의 자랑 아닌 자랑을 들으며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마음이 더 힘든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미래에는 분명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는  자신을 자주 떠올린다. 그는 내가 꾸는 꿈을 가장  이해해주는 사람이자 응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자주 연필을 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사랑을 먹으며 쑥쑥 자라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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