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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n 11. 2021

102화. 롱디여서 다행이야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사실 아주 처음의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남편이 베트남으로 가면 저는 고향에서 잠시 휴식기를 가지다가 베트남으로 따라가는 계획 말이죠. 퇴사 후, 회사를 다니느라 그간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해 나가는 중이었는데 남편의 출국을 한 달 여 앞두고 제 뱃속에 새로운 가족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긁적..) 임신한 몸을 이끌고 코로나라는 장애물을 넘어 베트남까지 갈 수 없었던 저는 결국 한국에 남게 되었고 남편과 처음으로 롱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꽤나 많이 미안해했지만 사실 남편과 떨어져 있는 지금이 저에게는 꽤 고마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면 자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예민해진다고 하던데 그런 시기에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를 가진다는 건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까요!







 저라고 왜 섭섭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혼자 산부인과에 가는 일도,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밤늦게 혼자 차를 몰고 나가는 일도, 몸이 아파서 잠이 안 올 때마다 울컥거리는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래도 곁에 짝꿍이 있었다면 얼마나 많이 짜증을 내고 다퉜을지를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시간들이 오히려 더 고마워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체력이 약한 짝꿍. 아마 그가 매일 곁에서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화가 가득한 일상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드디어 다음 주면 그가 귀국을 한다고 합니다. 2주의 격리까지 마치고 나면 출산을 딱 한 달 앞두고 그가 돌아오는 것인데요, 그간의 미안함만큼 남은 한 달은 샛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아...아빠, 돌아오는거 괜찮겠어 ? / 심바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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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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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http://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


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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