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사실 아주 처음의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남편이 베트남으로 가면 저는 고향에서 잠시 휴식기를 가지다가 베트남으로 따라가는 계획 말이죠. 퇴사 후, 회사를 다니느라 그간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해 나가는 중이었는데 남편의 출국을 한 달 여 앞두고 제 뱃속에 새로운 가족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긁적..) 임신한 몸을 이끌고 코로나라는 장애물을 넘어 베트남까지 갈 수 없었던 저는 결국 한국에 남게 되었고 남편과 처음으로 롱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꽤나 많이 미안해했지만 사실 남편과 떨어져 있는 지금이 저에게는 꽤 고마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면 자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예민해진다고 하던데 그런 시기에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를 가진다는 건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까요!
저라고 왜 섭섭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혼자 산부인과에 가는 일도,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밤늦게 혼자 차를 몰고 나가는 일도, 몸이 아파서 잠이 안 올 때마다 울컥거리는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래도 곁에 짝꿍이 있었다면 얼마나 많이 짜증을 내고 다퉜을지를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시간들이 오히려 더 고마워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체력이 약한 짝꿍. 아마 그가 매일 곁에서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화가 가득한 일상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드디어 다음 주면 그가 귀국을 한다고 합니다. 2주의 격리까지 마치고 나면 출산을 딱 한 달 앞두고 그가 돌아오는 것인데요, 그간의 미안함만큼 남은 한 달은 샛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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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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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