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보내는 그림일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생각이 더 많아지고 깊어진다. 눈물 마를 시간을 채 주지도 않는 것이 삶의 법칙인 것처럼 슬픈 일들은 정직하게 파도처럼 밀려온다. 착한 사람들에게 좋은 일들이 더 많이 돌아가는 세상이기를 바라는데 세상은 늘 그렇게 반듯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충실하게, 우직하게 사는 사람이 미련해지는 세상. 나쁜 일을 한 사람은 법을 교묘히 피해 가고 착하게 살았던 사람이 슬퍼지는 일이 많은 요즘. 과연, 신이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오랫동안 살아오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황망히 눈물짓는 이웃들을 본다. 매캐한 냄새가 채 사라지지 않은 집 터에 주저앉아 엉엉 우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목이 메었다. 뜨거운 연기와 화염에 두 눈의 시력을 잃어버린 강아지를 보며 한숨을 쉰다. 범죄를 당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사람이 가해자를 평생 두려워하며 살아야 하는 일, 말 못 하는 동물들을 물건처럼 혹은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은 생각보다 무섭고 어두운 곳임을 어른이 되고서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타인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고도 죄책감을 한 방울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죽음을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나를 자주 생각의 늪으로 데리고 간다. 바로 어제는 미얀마에서 발생한 지진이 호치민까지 닿았다. 호치민에서도 느껴진 지진은 이웃 나라의 커다란 건물을 무너뜨리고 어마어마한 생명을 앗아갔다. 사는 일이 무섭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좋은 일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하루를 바라게 된다. 크게 아프거나 슬프지 않고, 갑작스러운 일들이 우리 가족을 비껴가기를 바라며 사는 일이 꿈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곁에 있는 이웃들과 어깨를 나누며 살기를, 함께 지구를 빌려 사는 동물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희미한 희망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 덕분에 아직 살만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오늘은 나부터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