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지내며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있다. 두 달 후, 한국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있는 언니의 고민을 들으며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처음 호치민에 입성한 게 3년 전이니, 내가 떠나 있는 시간을 꼬박 베트남에 남아있던 언니들은 벌써 베트남 생활도 3년 차가 되었구나 하면서. 건기와 우기, 두 개의 계절이 존재하는 이곳의 시계는 더디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는 덥고 덜 덥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니까. 거기에 조금 더해져 비가 오는 계절과 그렇지 않은 계절이 있다.
이제 여기는 우기로 접어드는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계절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좋든 싫든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주위의 풍경과 옷차림에서 알아차리게 되지만, 일 년 내내 반팔을 입고 지내는 이곳에서는 시간을 알아차리는 일이 조금 더 어려워진다. 하루하루 빼곡하고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기에 하루가 흘러가는 것은 순식간인데 한 달, 반년 그리고 일 년이 지나는 속도는 인간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빨라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시간의 물살에 금세 휘말리고 만다. 자주 책상에 앉아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물살을 거르고 뭍으로 나왔을 때 시간과 함께 나이 먹은 나를 발견하게 될 것만 같아서 사는 대로 생각하는 일 대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일을 끊임없이 연습한다. 겨울을 기다리는 낭만 대신, 1월의 긴 연휴를 기다리는 더운 나라에서 시간을 알아차리기 위해 글을 쓴다. 지나가는 시간들을 빼곡하게 담다 보면 바싹 말라있는 생각과 축축하게 젖어있는 생각들을 고루 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개의 계절만이 존재하는 곳. 남아있는 나의 30대가 그렇게 뜨겁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자주 마음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