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하루를 나의 속도로 회복해 가는 기록
바이오리듬이 흐트러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 몸의 균형이 흔들리고 나면 정신적으로도 잠시 휴식이 필요해진다. 육아를 하느라 온전히 쉴 수 없음에 슬럼프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만 이 시간들도 결국 다 흘려보내야 하는 숙제이기에 지금을 잘 보낼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한다.
보통은 책을 읽곤 하지만 지나치게 피곤할 때는 글자를 읽는 일도 고단하게 느껴져서 몇 번을 시도하다가 책꽂이에 다시 꽂아두었다. 대신 요즘 나보다 더 지쳐있는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음식과 어울리는 궁합의 술을 한 잔 나눈다. 한 사람이 지쳐있을 땐 다른 한 사람이 끌어올려줘야 하지만, 지금은 둘 다 각자의 이유로 지쳐있는 상태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또 저마다의 속도로 천천히 돌아오는 일이 남아있다.
다음 주에는 어떤 일들을 하며 다시 기운을 차릴지를 고민한다. 한동안 내려뒀지만 나를 기쁘게 만드는 일들을 오랜만에 해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새벽 6시엔 심바와 산책을 나갈 것이고, 월요일엔 피클볼 레슨, 화요일과 목요일엔 친구들과 클라이밍 벽을 오르겠지만 삶의 신선한 자극을 위해 새로움을 더해볼 예정이다. 어깨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구글맵 지도를 열어 언젠가 가보리라 깃발을 꽂아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낯선 골목을 걸으며 베트남에서 아끼는 장면들을 가득 담아 오겠노라 마음먹는다. 용감하게 내디딘 걸음에서 예상하지도 못한 기쁨을 마주하게 될 때, 지쳐있던 마음은 다시 생기를 되찾게 될지도 모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