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온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에도 적당한 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깨닫는다. 떨어져서 지낸 2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관계를 몇 번이고 생각하면서 알아차린 사실이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책에서도, 티브이에서도 몇 번이고 보고 배운 것들인데 막상 깨달은 것들을 삶에 녹여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늘 함께 있을 존재라서,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알 만한 부분들이라 애써 말하지 않고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다.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어,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어 같은 말들. 입으로 꺼내기엔 쑥스럽고 어색해서 늘 아이의 등을 떠밀며 혹은 강아지의 신나는 뒷모습으로 나의 마음을 늘 대신해 왔는데 얼마 전, 남편과 소주잔을 기울이다 문득 작은 부탁을 해왔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었어도 집에 돌아와서 ‘수고했어 밥 먹어’, ‘아빠 다녀오셨어요’라는 한 마디를 들으면 그게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는 유난히 슬픈 일들이 많았다. 크고 작은 뉴스들을 읽고 슬퍼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끝이 정해져 있고, 마지막 순간조차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기에 주어진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한 말로 채워야겠다고. 상대에게 듣고 싶은 말이 많아서, 원하는 바가 많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가끔 미워하기도 했는데, 사실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나만큼이나 위로의 말이 그리웠음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하고 따뜻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