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완성했습니다.

아이에게 배운 ‘끝맺음의 용기’

by Jessie

남편에게 가장 부러운 점 한 가지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매듭을 짓는 성격이라는데 있다. 물론 모든 것들이 다 그러하진 못하지만, 남편은 중요한 일들은 모두 끝을 낸다. 그것이 일이든, 정리정돈이든, 사람과의 관계든지 간에. 그는 목표한 것을 끝내기 전까지는 지독하게 구는 성격이다. 심지어는 화장실을 꾸역꾸역 참아가면서 의자에 앉아 목표한 바를 끝내는 성격이랄까.


반면, 나는 지나치게 유연한 성격을 가졌다. 무언가를 시작했다가도 추억의 물건을 발견하면 샛길로 빠졌다가 한참 후에 다시 돌아와 원래 해야 할 일들을 내일 해야 할 일로 미뤄두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 엄마가 된 이후에는 미련으로 남은 것이 다소 아쉬울 뿐. 남편은 그런 나를 9년 간 옆에서 바라보며 때론 조언을 해주고, 내가 훑고 지난 자리를 정리하고, 이제는 미련을 남기지 않는 법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 준다. 세상이 좋아졌으니 챗 gpt를 사용하기 시작해 보라는 권유라던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법까지.


무언가를 끈질기게 붙잡지 못해서 흐지부지, 온전하게 끝내지 못한 것들이 많다. 혹은 좀 더 괜찮은 컨디션이 되면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시 하지 못하게 된 것들까지도. 출발선에서 굳은 의지로 발을 내디뎠지만 결승점은 영원히 보이지 않는 그런 기분들을 늘 마주하면서 살았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나뭇가지 몇 개를 주워왔다. 나뭇가지를 집에 가지고 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서너 개를 주워다 커다란 스케치북 한가운데 붙여주고 나무를 꾸며보자고 제안한 터였다.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는데 한참 동안 크레용과 테이프로 무언가를 시도하던 아이가 스케치북을 내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 이거 완성했어”


서툰 손 끝으로 완성한 그림 하나에 아이의 눈이 자신감으로 반짝였다. 정말 멋진 나무네! 이건 나뭇잎이야? 이건 열매인가? 질문을 하면서도 아이의 뿌듯함이 담긴 얼굴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완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얼마나 반짝이는 지를 아이를 통해 배운 순간이었다.




요즘의 나는 매일 책상에 앉는 연습을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아주 작은 시간들을 차곡차곡 내면에 쌓아간다. 완벽하지 않고, 어설프더라도 마음을 담아 쓴 글들은 맞춤법 검사를 하고 꼬박꼬박 세상으로 내보낸다. 완벽한 하루는 아니더라도 완성된 하루를 위해서.


얼마 전, 몇 개월 간 쓰던 글을 완성하였고 투고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그중 한 출판사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따뜻한 회신을 받기도 했고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보다 느리고, 누구보다 불완전하더라도 ’ 끝을 맺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하며. 완벽을 기다리느라 놓쳐온 날들 대신, 오늘의 작고 서툰 완성을 끌어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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