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운동에도 필요한 한 박자 쉬어가기
피클볼을 배운 지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간다. 공으로 하는 운동은 그다지 흥미가 없는 편이지만 연애 후 처음으로 남편이 운동을 하자는 제안을 해왔던 터라 이게 웬 떡이야 하며 가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고 피클볼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쯤은 데이트를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나라는 인간은 무엇이든 시작하면 열심히, 또 최선을 다해서 하는 터라 매주 월요일이면 모자를 눌러쓰고 부지런히 운동 갈 준비를 한다. 남편이 출장을 간 동안에도 선생님과 일대일 레슨으로 피클볼을 할 만큼 게으름 피우지 않고 월요일이면 기계적으로 피클볼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내 실력은 지난 3개월 동안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선생님은 ’ 그게 왜 안되지?‘라는 표정으로 매 시간 나를 바라보고, 나보다 훨씬 일취월장하여 선생님과 랠리가 가능한 남편은 끊임없이 조언을 건넨다. 힘을 줘서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회전하며 공을 밀어 올려 네트를 넘기라고 그들은 수없이 말하지만 내 몸이 내 마음 같지 않다.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짜증이 나는 건 사실 내 자신인데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늘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문제다. 잘하려다 보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이 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생긴다. 선생님이 3개월을 꼬박 말했던 스윙하는 법도 라켓을 제대로 쥐는 법도 공이 날아오는 순간이면 정말 까맣게 잊고 만다. 선생님이 하나를 알려주면 그전에 쥐고 있던 건 무의식 중에 놓아버리고 마는 그런 류의 인간이라고나 할까. 사실 나의 문제점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이를 바로잡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욕심을 내려놓고 무언가를 임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운 운동들을 돌아보면 나는 늘 그러했다.
운동을 꾸준히 이것저것 해온 터라 근력이 좋아서 웬만한 운동은 첫 스타트가 좋았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힘을 줘야 할 때와 아닐 때를 알아차리는 일이 어려웠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막상 몸을 움직여 그 이해를 적용시키는 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접영을 배울 때도 그러했고, 복싱을 할 때도 그랬다. 클라이밍을 할 때도 또 피클볼을 하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모든 운동은 힘을 주어야 할 때와 힘을 비축해두어야 할 때가 있다. 숨을 고르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다음의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몸을 던지는 기술과 센스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매 분, 매 초를 안간힘을 주며 살아내느라 정작 성장할 타이밍은 놓치고 고단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쉬엄쉬엄 가도 괜찮아요”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너무 많이 들어서 덜 열심히 살아도 된다는 것을 늘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면서도 무언가를 마주할 때면 다시 열심히 하게 되는 되돌이표의 삶. 그래서 오랫동안 하나가 끝나고 나면 다시 기운을 차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젠 오래 쉬어가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쉼표를 찍어야 하는 순간과 온 힘을 다해 몸을 던져야 하는 순간을 잘 알아차리는 어른이 되고 싶다. 덜 열심히 살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해줄 수 있는 인생선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부터 먼저, 몸에 힘을 빼고 사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