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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l 08. 2018

미운오리새끼 6년 차, 모범생이 아닌 악동이어서 좋은점

0.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발행한 덕분에 감사하게도 Job-offer도 받아보고 C-level 분께 페메도 받고 각계각층의 분들이 페이스북 친구 신청도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더 유능하고 웃긴 사람이 되서 보답할게요 ㅠㅠ


1. 글을 왜 이렇게 잘 써요?라는 말을 올해 들어 적지 않게 들어본 것 같은데 저는 신학과 본전공 레포트 과목에서 A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대충 쓴 적 없습니다. 레퍼런스로 논문 여러 개 찾고 구조 짜고 설마 이걸 학부생이 다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주시는지 모르겠는 리딩도 다 읽고 이메일로 피드백까지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근데 점수는 ^^


우선 제가 기독교가 아니어서 교수님이 원하시는 방향을 제가 잘 캐치를 못하는 것 같고, "흥미롭고 실험적인 관점이긴 한데 정답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많으셔서... 상처밖에 남지 않았던 지난 한 학기였습니다. 절대 지금 울고 있지 않습니다.


2. 신학과에서 저는 IT 마케팅으로 취업하겠다는 Geek, 면접 장에서는 이상한 전공으로 이력서를 들이미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허구한 날 방학마다 인턴 한다고 바쁘고 교수님들 보기에는 본전공은 보지도 않고 복수전공에만 충실해 보이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신학과 지하 2층 도서관 지박령이지만 앉아서 코딩하며  같은 과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재수하던 그 시절부터 저는 모범생이기보다는 사회의 미스핏츠 Misfits 이자 악동이었던 것 같네요. 


2-1. 고생 고생해서 봤던 두 번째 수능에서 또 한 번 실패했고, 실패는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전과 3번을 실패하고 몸담았던 국제캠퍼스에서는 결국 원하는 포지션에 서 보지 못했고 다른 신학과 친구들과 생소한 길을 가기에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건, 노력한 만큼 처절하게 실패했던 그 순간이기도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생소한 눈길로 쟤는 왜 저래,라고 이해받지 못했던 외로움이기도 했습니다.


난 이 부분에서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데?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서 기획서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앱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찾지 않을 이유는 없었고, 쉽기만 했던 날도 없었습니다. 신학과라는 사회에서 전 이상한 것만 많이 시도하는, 그래도 이야기해보면 재미있는 악동이었습니다. 남들은 괜찮다고 말하는 시스템 속에서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계속해서 던졌던 천둥벌거숭이.


2-2. 사실 제가 일부러 반항하려고 한건 아니었고... 그냥 제가 이야기만 했다 하면 그건 아니라고들 하시던데.... 팔자려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 존경하는 박웅현 CD님은 "무언가 대단한 권위가 날 누르고 들어올 때, 물음표를 던지셔야 합니다. 이걸 던진 후 느낌표가 나오면 직진하고, 아니면 놓아버리세요."라고 마이크 임팩트 강연에서 말해주셨는데요.


저는 악동으로 살면서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만약 제가 사랑받는 포지션에 계속해서 있었고, 주어진 사회에서 우월층에 있었다면 다른 시각을 가지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오직 불편한 사람만이 의심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1. 맥락과 흐름을 끊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업에서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학점 잘 받는 자질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다르게 생각한다면 다른 관점을 던져 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프레임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의문점이 들면 고민해봐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지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는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의견을 내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4. 어차피 전 엘리트 코스를 탄 모범생 되기는 글러먹었기 때문에 여길 졸업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면서 거꾸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거꾸로 생각하는 인간이긴 마찬가지였는데, 그 치열한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부대끼고 어렸을 때부터 호텔 비즈니스에서 알바하니까 제가 가졌던 인간관은 아가페나 성선설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졌던 인간관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였습니다.


(물론... 비즈니스에서 그런 인간관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내 동료나 협력사를 믿되 언제나 스페어/Plan B를 준비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인간에 대해서, 제 인생에 대해서 비관적인 피해의식에 매몰될 때 신학과에서 얻었던 인사이트는 제 인생의 평형수를 채워주었습니다. 늘 제 생명의 전화가 되어주는 고마운 동생의 3년 전 언급을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히 제가 요약하거나 더 좋게 적을 수 없어 아래 그대로 옮깁니다.


"언니, 비즈니스가 힘든 거 알아. 난 알지도 못하겠어.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냉정하게 사람을 대할 것 아냐. 믿지 않고, 두 단계 세 단계 건너서 생각하고. 정말 언니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믿어 줘. 그럼 그 사람은 다른 비즈니스 맨한테서 찾을 수 없는 자질을 언니한테서 찾을 거야. 그렇게 유능한 사람을 언니 사람으로 만들어." 


4-1. 제 생명의 전화가 되어 주실 분은 상시 모집 중입니다... 지원해주세요


5. 악동으로 살면서 깨달은 점은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야 자기 엣지가 살아납니다. 

다들 매진하는 토익 점수가 과연 우리 스스로의 엣지를 살려줄까요? 기본 Standard를 맞춰 줄 수 있겠지만 그게 나만의 인사이트를 길러 주지는 않습니다.


*토익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필요하면 하되, 그걸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자기 엣지를 살리려면 자신의 생각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생각대로 행해야 합니다. Skill set적인 부분은 사실 그걸로 밥 벌어먹고살다 보면 느는 거고, 주어진 리소스로 어떤 아웃풋을 어떻게 낼지 고민해 봅시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대로 부딪혀서 깨지면서 얻은 겸손과 그냥 너는 겸손해야되 라고 해서 흉내 내는 겸손은 많이 다릅니다. 그렇게 시도해보고 스스로 결정 내려 보면서 겸손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자라는 것 같습니다.


6. 잠깐 인생에서 다른 길에 들어왔다고 해서, 내 인생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지 못할 이유 같은 건 없습니다. 처음 뜻하지 못한 곳에 와서 남들이랑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은 외로웠습니다. 그렇지만 차차 커리어를 쌓으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도 생겼고, 그렇게 내 세상을 하나하나 가꿔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지금 저는 인생에 더 큰 책임을 느끼면서 진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평생 동안 남들이 하라는 것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우리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스스로입니다. 


인생의 수많은 도전에서 우리는 스스로 똑바로 서야 합니다. 전세담보대출을 받아서 내 집 마련을 하고, 불투명한 상황 속 Decision making을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멋지게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습니다.


7. 악동으로 산다는 것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길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아보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8. 미운 오리 새끼든, 예쁜 오리 새끼든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지,

그게 우리 자신이 원하는 길인지 생각해보는 자세입니다.


빈말하지 않는 성격 탓에 쟤는 왜 저러나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제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게 해주시는, 그렇게 제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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