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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May 16. 2021

세상은 구원 못할지라도

Be a Bar-raiser

0. 아파서 오전에 후루룩 급한 일정만 소화하고 집으로 다시 들어와 누워버렸다. 끙끙 앓으며 책을 읽고 누워서 쉬고, 다시 돌아 눕다가 해야 할 집안일이 많다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 제기랄, 한국의 워킹맘들은 도대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 세상에 나도 키우고 집도 돌보고 어떻게 애기까지 키우는지. 숱한 독립생활 끝에 주말 청소를 미루면 그 다음주 한주가 더 고단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화장실청소며 설거지, 청소기 돌리고 닦고 빨래 돌리고 철이 바뀌어 옷정리도 해야 했다. 벌레 쫓는 약도 습기제거제도 쳐야 하고. 그러고 보면 나는 이제까지 부모님과 살때는 그에 합당한 주거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왔구나 싶다.


습해서 몸이 더운 건지, 지쳐서 추운건지 모를 맛탱이가 간 상태로 쓰레기를 내놓고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다가 중간에 앉아 글을 쓴다. 그러고보면 투룸에 거실있는 집, 이젠 요리도 해먹는 삶을 시작한 이유로 재택근무를 하길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난 항상 바깥일을 시작하면 거기 집중하느라 주중엔 집이 돼지우리가 되버리니까. 출퇴근 시간이었을 시간에 매일 조금씩 집을 돌보는게 그나마 나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었다.


1.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 연약하다. 일주일에 한번 일인분의 집안일을 하기도 벅차고, 그걸 안하면 그 다음주가 힘들어져 버린다. 어쩌다 주말의 컨디션이 저조한 날엔(오늘 같이) 정말 암울하다. 개인의 긍정을 지키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정서를 유지해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섬으로써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으니까.


인간의 뇌는 신경가소성을 가지고 있기에 변한다. 내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려고 노력해야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최근 주위를 보면 고민을 멈추는 순간 그들 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행동을 계속함으로써 변해가는  같기도 하다.


1-1. 슬언니는 심리상담사나 의사의 역할을 친구나 연인, 배우자에게 미뤄서는 안된다고 했다. 사실 심리 상담을 받아본 나로서는 솔직히 심리 상담사도 얼마나 핵심적인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를 일이다. 물론 바닥을 치고 있던 나에게 하나의 결정적인 동아줄이 되어주긴 했지만 그 여러 회기의 상담은 사실 나 스스로의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근육과 마인드를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해결은 결국 스스로의 의지에 달린 거고 상담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자신의 도움책일 수는 있어도 상담 그 자체가 해결책이 되어 주지는 않는다.


2. 어떤 문제를 마주하면 항상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탓에 내 인생은 늘 문제가 많았다. 학교나 조직사회 등등에서 Sexual harasement 등의이슈가 있을 때도 가만있지 않았고, 내가지키는 공동체윤리를 남이 지키지 않아 상처받을 때도 비록 상처받을 지언정 이렇게 행동해선 안되지, 라고 믿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타인에게 마음 쓰고 정이 많다고,소영이는 그냥 너도 타인에게 해주지 말라고 했지만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지언정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았었다.


최근의 인간관계 문제를 거치며 누군가는 나에게 그냥 너도 도망쳐, 상처받지 말라고 말했지만 난 책임을 지고 싶었다. 직면하면 상처받을 지언정 결국 다시 강해지고 자존감이 오르지만, 회피해서 당장의 상처를 피한다면 자신의 자존감이 낮아질 뿐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문제를 거치고 결국 다시 일어난 나를 믿었고,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지지해줄 내 사람들을 믿었다.


3. 그 누구도 타인을 구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삶, 더 나은 윤리에의 추구를 던져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최근의 개인주의는 너무나 극단을 달려 개인을 더욱 얄팍하고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을 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아야 할 존엄성과 좋은 가치들을 지켜내는 모범이 될 수는 있다. 물론 항상 모범이 될 수는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럴 땐 들어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 둬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들어주고, 지지하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


세상은 단번에 구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Bar-raising을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서로를 지키고, 그럼으로써 결국 나를 지킨다. 뭐가 나오더라도 뭘 하는 중에 뭐가 나온다. 세상은 좋아진다기 보단 나빠지는 것으로 보이는 때가 있지만, 절망하지 않고 나아가야 할방향을 계속 찾아나가며 살고 싶다. 그렇게 나아가느라 누군가가 떨어져 나가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떠난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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