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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May 25. 2021

삶은 결국 나아갈 뿐

2021년 5개월 정리

1. 최근 인간관계, 직장, 가족, 주거 등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비슷한 시기에 변화가 큰 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맛탱이가 나가있다가 정신좀 차리고 보니 골반은 틀어져있고 체력은 떨어져있고 부상의 상처가 여기저기 있었다 (실제로 운동하다 부상입어서 상처가 있었음) 이 많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이제까지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구나 싶었다. 상처도 막 난 순간도 아니고, 그게 아물어 흉터가 되어서야 깨닫다니.


위기의 좋은 점은 인생의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체로 걸러내 준다는 거다. 정말 내가 의지할수 있는 이들은 누구였는지, 내 인생에서 정말 챙겨야 할 사람은 누구고 언제든 거기 있어주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정말 집중해야 할 문제와 삶은 누구였는지 단 한순간에 알게 된다. 이번에 내가 넘었던 고비는 나 자신에게 교훈도 주고 그만한 대가도 앗아갔다. Valuable Lesson은원래 레슨비가 비싸다.


1-1. 니체는 “오직 고난으로 강해질 뿐” 이라고 했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고난이 닥쳐도 인간은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힘을 가진 존재다, 라는 인간의 힘을 강조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뒤통수 너무 많이 맞아서 뒤통수 뚫린 지금은 좀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사람을 나아가게 하는 시발점은 오직 고난의 형태로만 오는게 아닐까. 인간을 강하게 하는 것은 안정감도, 내 사람들도 아닌 오직 고난 뿐인 것 같다. 그래서 실패를 해볼 필요도 있고 고비를 넘어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고비를 넘을 필요는 인생 전반에 흩뿌려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지난 1년 간 내가 마냥 내가 단단해진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나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서, 그걸 바탕으로 갈등이 안일어날 만한 상황만 만들면서 언젠가 한번 내 결점들과 부딪힌 날을 최대한 미뤄 온 느낌이다. 너무 오랜만의 안정감이었고 그간 너무 고생이 많았던 삶이기에 누리고 싶었다. 이제 최고의 삶이야, 난 지금 행복해, 되뇌이며 나아가야할 길을 외면해 왔다. 돌아보면 해결한 것으로 착각하고 덮어버린 문제가 많았던 것같다.


좋을 때는 다 잘되다가 나쁜 일이 한꺼번에 오는 이유는 어쩌면 그 나쁜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문제성을 항상 품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그게 한계상황에 닥치자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상황 변수 탓이 아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사람은 간사해서 항상 문제를 덮으려 하고, 또는 실제로 모르거나(또는 굳이 잘되는 상황에 문제꺼내는게 안좋을수도 있음) 등등의 이유로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고난으로써만 사람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할수 있고, 그렇게 우리는 나아간다.


2.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을 잃었고 떠날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직장을 떠나게 됬다. 뭐때문에 인생이 지금 이렇게 생겨먹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 모든 고비를 넘고 마음아파하고 울고 나름대로 좋은 결과로 맺어진 건가 생각하다가 다시 허무감이 오고 별 난리난리를 쳤다. MBTI 가 변했고 친한 동생은 “누나 또 새로운 층위의 어른이 됬네” 라고 말했다. 어른이 계속해서 되기보단 어린이로 어리광 부릴 날이 조금 더 많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는데, 허허.


3. 최근 감정조절이 너무 어려웠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마냥 참을 만은 없어서 주위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한 후에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심리, 상담 신학  세계적인 석학으로서 전공한 똑똑한 친구들과 사회복지 노인, 어린이 상담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엄마 덕에 나는 상담, 멘탈 헬스라는 의식 수준 높은 개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주위사람들에게 참감사할 일이다.


(+참고로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심리 상담을 받기가 꺼려지거나 고민 되는 분 이 있다면 꼭 그런 편견은 넘으셨으면 좋겠음! 실제로 유럽이나 서구권에서는 심리 상담을 감기걸릴때 병원 가는 거보다 자주 가고 신체적 건강을 위해 운동하듯이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상담 역시 자기관리의 범주에 들어간다. 감정을 쏳아붓는 객체역할을 연인이나 부모, 친구에게 전가하기보다는 전문가와 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바람직하며 상담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메타인지 능력이 늘어갈 수록 상황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직면하여 좋은 선택 좋은 사람 좋은 정신건강을 가지게 된다. 좋은 사람 나쁜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본인의 멘탈 헬스를 계속 방치하고 자기 자신의 상태에 깨어있지 않으면 최악에 몰려서 나쁜 선택을 하는 것)


객관적으로 상담자의 관점에서 해준 주위 친구들의 조언과 상담으로 자책하지 않고 마음과 내 컨디션을 돌보게 됬다. 진위관계를 확실히 파악하면 내가 져야 할 반성의 범주가 어느정도고 깔끔하게 끊어내야 하는 감정부채는 뭔지를 보다 잘 알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이미 벌어진 일 떠나가버린 상황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다. 객관적 메타인지와 진위판별만이 인정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한다. 회피는 절대절대 좋은 선택이 아님!


4. 대부분의 신화에서 파괴와 죽음의 신들은 창조의 양면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어떤 인연이, 사건이, 한 시대가 끝남으로써 비로소 그 다음이 시작된다.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게 아니라, 때로는 하나의 문을 새롭게 열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을 닫아야만 하는 법이다.


한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아쉬움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결국 나아가야만 하고, 삶은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이어져야하니까. 한 시대가 마무리된 형태가 너무 아프다고 해도, 결국 서로 더 잘해보자고 끝난 거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됬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나아가야 할 뚜렷한 방향을 바라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용기를 내서 들여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너무나도 깨끗하게 떨어져 나온다. 용기를 내서 과거를 보내고, 내 앞에 주어진 문을 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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