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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Sep 23. 2018

글 앞에 삶이 있었다

0. 난 어렸을때 좋은 대학 좋은 과에 가서 좋은 직장에 가면, 내 인생은 더 안정적이 될 줄 알았다.

지금 이렇게 소속변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대입준비를 하는 건 힘들지만 일단 되면 뭐라도 보이겠지? 그렇게 지금의 소란함과 불안함은 없어지고 탄탄 대로가 뻗어 있겠지?


그리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 지난 몇년을 진짜로 살아내며 느낀 건, 나이들수록 우리가 다루는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더 불안해진다는 거다. 그렇게 우린 더 큰 책임을 지며 더 큰 단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그냥 사실이다. 그걸 알고나서 내 삶이 생기고 주관이 생겼고 글을 시작했다.



2. 지수는 확실히 글을 잘 쓰는 구나,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족하지만 고마워, 라고 한다.

왜냐면 실제로 내 문장력도 별로고 글 자체를 보면 세련된 감도 없다. 솔직하게 쓰는 거 같긴하다.


4년 전 글쓰기 교수님은 너는 문장을 왜이렇게 길게 쓰니. 문장 자체를 놓고는 타박을 많이 하셨지만 내 글은 잘 읽어주셨다. 아마 내 생각과 내 세계가 가감없이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3. <토지>의 박경리작가는 "글 앞에 삶이 있었다"라고 했다.

소설을 쓰는 것은 인물-사건-배경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함이다. 자신의 세계를 누구보다 진하게, 스스로 세웠던 사람만이 글 속에 독자를 울리는 세계를 세울 수 있다.  


3-1. 감히 대문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알 수 있었다.

인턴일기도, 유학생일기도, 앱 사용기도 결국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이 아닌 나 스스로 지도를 만든 것들이었으니. 


잘 쓰려고 남들의 의견을 따라하고, 베끼는 건 그저 그런 글이 나왔고 결과도 별로였다.

나 자신의 사고를 늘려주고 많은 피드백을 받는건 내 글이었다.


막막하고, 소란하고, 관자놀이가 아팠던 그 때.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할 수 없어 써냈던 글들.



4. 지금도 글을 쓰려고 굳이 앉아있기보다는 더 많은 생각에 부딪히고 다양한 도전에 나를 던진다.

그럼 저절로 글이 나온다.


집단적 선택안에 나약하게 의지하지 않고 당신 스스로 삶을 정의하기 때문에 불안한거다. 안락사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 계속 이렇게, 불편함 속의 편안함을 찾자. 



5. 앞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박경리, <토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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