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킬러 내 탓 or 네 탓?
식물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 당시에는 유튜브보다 블로그에 식물 정보가 많았다. 식물 잘 키우는 법을 찾아보다가 블로그에서 남의 집 예쁜 식물을 보면 참지 못하고 집에 들였다. 유칼립투스에 푹 빠졌던 시기에는 유칼립투스를 종류별로 다 사들였다. 그리고 하나도 빠짐없이 다 죽였다. 유칼립투스는 비염에 좋으니 침실 머리맡에 두고 키우면 좋다는 어느 인터넷 장사꾼의 말을 그대로 믿은 대가였다. 햇빛도 들지 않는 내 침실에서 잘 자랄 리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죽인 허브들과 유칼립투스 식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창피하다.
요즘은 희귀 관엽식물과 분재가 인기다. 내가 식물 킬러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이 아름다운 식물은 SNS에 자주 보인다. 가느다랗고 야리야리한 줄기가 길게 뻗은 야생화나 작은 나무들 사진이 많다. 떨어질 듯 말 듯 한 잎이 서너 장 달린 식물들은 정말 우아하다. 눈을 뗄 수가 없다. 나 역시 그런 식물 선에 혹해서 이름도 모르는 식물을 냅다 집어 들고 화원 사장님에게 다가가 이건 이름이 뭐냐고 물었지만 사실 가격이 더 궁금했던 때가 있다. 내가 살 수 있는 가격이면 집으로 데려왔다. 한 폭의 수묵화 같기도 한 야생화 나무들을 해가 장시간 들지 않는 실내에 데려다 놓고 많이 떠나보냈다.
야생 초목이나 분재는 조금 더 숙련된 사람이나 야생 초목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오랫동안 잘 키워 나갈 수 있다. 겉모습에 반해 내 공간을 잠시 빛내 보겠다는 본능이 앞섰다가는 식물을 떠나보낼 확률이 매우 높다.
우아한 식물 앞에서 당장에 차오르는 구매욕은 잠시 내려놓고, 내 눈앞에 반짝이는 이 식물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알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알아가는 재미도 분명히 있다. 식물을 좋아하는 만큼 생명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래서 내가 우리 집에 들이지 못한 식물들이 많다.
나에게는 소나무 분재가 하나 있다. 글을 쓰다 생각나서 평안한지 보고 왔다.
'안 집사가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