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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안 May 17. 2023

식물 킬러의 탄생

식물 킬러 내 탓 or 네 탓?


식물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 당시에는 유튜브보다 블로그에 식물 정보가 많았다식물 잘 키우는 법을 찾아보다가 블로그에서 남의 집 예쁜 식물을 보면 참지 못하고 집에 들였다유칼립투스에 푹 빠졌던 시기에는 유칼립투스를 종류별로 다 사들였다그리고 하나도 빠짐없이 다 죽였다유칼립투스는 비염에 좋으니 침실 머리맡에 두고 키우면 좋다는 어느 인터넷 장사꾼의 말을 그대로 믿은 대가였다햇빛도 들지 않는 내 침실에서 잘 자랄 리가 없었다내가 그렇게 죽인 허브들과 유칼립투스 식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창피하다

 

 

요즘은 희귀 관엽식물과 분재가 인기다내가 식물 킬러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선이 아름다운 식물은 SNS에 자주 보인다가느다랗고 야리야리한 줄기가 길게 뻗은 야생화나 작은 나무들 사진이 많다떨어질 듯 말 듯 한 잎이 서너 장 달린 식물들은 정말 우아하다눈을 뗄 수가 없다나 역시 그런 식물 선에 혹해서 이름도 모르는 식물을 냅다 집어 들고 화원 사장님에게 다가가 이건 이름이 뭐냐고 물었지만 사실 가격이 더 궁금했던 때가 있다내가 살 수 있는 가격이면 집으로 데려왔다한 폭의 수묵화 같기도 한 야생화 나무들을 해가 장시간 들지 않는 실내에 데려다 놓고 많이 떠나보냈다.

 


야생 초목이나 분재는 조금 더 숙련된 사람이나 야생 초목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오랫동안 잘 키워 나갈 수 있다겉모습에 반해 내 공간을 잠시 빛내 보겠다는 본능이 앞섰다가는 식물을 떠나보낼 확률이 매우 높다

 

우아한 식물 앞에서 당장에 차오르는 구매욕은 잠시 내려놓고내 눈앞에 반짝이는 이 식물의 원산지는 어디인지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알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알아가는 재미도 분명히 있다식물을 좋아하는 만큼 생명을 존중해줘야 한다그래서 내가 우리 집에 들이지 못한 식물들이 많다

 

나에게는 소나무 분재가 하나 있다글을 쓰다 생각나서 평안한지 보고 왔다

 

'안 집사가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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