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생태 수업의 묘미
어느 센터에서 식물 작가로 입점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공간에 방문해 보니 정원과 테라스에 도서관까지 있는 문화센터 같은 곳이었다. 내부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큐레이션에 관심이 있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는데,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득 생태수업 같은 것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무지한 분야였다.
'생태 수업에서는 뭘 하지? 뭘 가르쳐야 될까?'
주변에 생태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유튜브와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 읽은 책은 <생태 인문 교실>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생태수업을 운영하신 이야기를 고스란히 글로 옮겨둔 글이라 생태수업의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유익한 실용서였다. 중간중간에 심도 있는 자연과학 이야기가 나와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개인적으로는 단점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런 과학 호기심이 깊지 않은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제목에 '인문'이 들어간 만큼 가벼운 책은 아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제일 좋았던 부분은 아이들이 자연을 관찰하며 행복해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나는 무당벌레가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벌레는 다 싫다. 호감이 안 가는데 아이들은 무당벌레에 대해 좀 아는 경지에 이르자 벌레라도 친근감을 갖고 순수하게 대했다. 숲이나 동네 뒷산으로 함께 나갔을 때 아이들을 안전하게 가이드만 해주면 각자의 호기심을 채우려 스스로 배워나가는 존재였다. 책에 실려 있는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사진과 냇가에 발을 담그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생태 수업의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책을 읽고 좌절하게 된 부분도 있다. 책을 쓰신 분이 꽤나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느껴서다. 물론 일정 수준에 이르신 분이라 책까지 쓰시게 되셨을 것이니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배워서 유익한 수업도 만들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능성은 열어두기로 했다. 생태교육에 대한 진심이 담긴 책이라 돈이 아깝지 않았다.
알쓸신잡으로 얻은 지식이 하나 있는데, 지의류 이야기다. 지의류는 흔히 이끼라고 착각할 수 있다. 봄이나 여름에 비 온 다음 날 공원에 나가 보면 큰 나무 기둥이나 줄기에 이끼가 수북이 올라온 걸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청량하고 좋아서 숲에 온 기분이 든다. 여러 나무를 둘러보다 보면 이끼가 맞나 싶은 말라비틀어진 이끼가 보이는데 그게 지의류다. 지의류는 극한의 추위도 견디지만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많은 곳에서 지의류는 사라진다. 산성비의 주범인 아황산가스가 지의류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지의류가 있는 곳은 공기가 좋은 곳이라고 하니 공원에서 지의류를 볼 때마다 반가울 듯하다.
생태이야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관심 가는 작은 것부터 관찰하고 공부해서 콘텐츠로 만들어봐야겠다. 다양한 식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며 출근을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