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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Feb 14. 2016

결론적으로 네 앞에 있잖아

직딩단상| 사랑

술을 마시다 옆 테이블에서 한 커플이 언성을 높인다.

“그래서, 너는 그 수~ 많은 사랑을 하고나한테 온 거네?” 목소리가 매우 굵은 남자가 말했다. 살짝 비꼬듯.

“응. 그 수~ 많은 사랑을 했으니까 너에게 올 수 있었던 거야.”

“….. 치~” 남자는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맥주 한 모금을 마신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네 앞에 있잖아.”

“…”

“그리고 뭐 그렇게 수~ 많은 것도 아니다. 뭐…”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순간 둘의 목소리가 커 옆옆 테이블인 나에게까지 들렸다. 짧은 대화였지만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주제였다.



현재 사랑은 과거의 사랑을 질투한다. 사랑을 하면 소유욕이 생기고, 만나기 전 과거까지 소유하고 싶어한다. 참 아이러니 하지만 자신을 만나기도 전인 과거까지 질투한다. 속 좁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주로 과거를 묻고 말해주면 삐지는 경우는 여자가 더 많은데 이번 경우는 반대였다.


“오빠, 여자 친구 몇 명 사귀어 봤어?”, "옛날 여자 친구 나보다 이뻤어?”, “어떻게 만났는데? 말해봐~ 괜찮아~ 다 지난 일이잖아."이 트랩에 말려들면 안 된다. 대답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아무리 이전 여자 친구가 별로 건, 나쁘게 헤어졌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커플들 사이에서 유익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괜한 질투만 유발할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 저 옆자리 여자처럼 과거에 대해 조금 관대해질 필요도 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기에 너한테 올 수 있었다.’, '결론적으론 지금 네 앞에 있다.’

아주 명쾌하게 맞는 말이다.

지금이 중요하고, 옛사랑이 있었고 연애 경험이을 해봤기에 지금 사람을 만나고 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뭐든지 처음에는 서툰 법이다. 사랑도 매 한 가지다. 


뭐든지 처음에는 서툰 법이다. 아무리 좋아해도 처음 하는 것은 서툴러서 망치기 마련이다. 자전거가 아무리 좋아도 처음에는 넘어져야 하고, 수영이 아무리 멋있어도 직접 하면 코로 물부터 먹고 시작한다. 괴롭고 아프다.


사랑도 매 한 가지다. 처음에는 넘어지고 다친다. 그래서  첫사랑이 아프고 안타까운 거다. 그 좋아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그 아끼는 마음을 내 방식으로만 표현해서, 오해하고 상처 받고 상처를 준다. 그래서  첫사랑이 잘 안 된다. 뭐든 처음에는 다들 서툴다.



지금 사랑을 잘 지켜 갈 수 있는 것은, 지금 사랑이 덜 아픈 것은, 이 전에 사랑에서 아파 봤기에, 넘어져 봤기 때문에, 지금 덜 넘어지고 덜 아플 수 있게 아닐까. 이 이유만으로도 지난 사랑에게, 헤어진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있지도 않은 과거 사람에 대한 질투로 지금의 사람에게 상처를 줄게 아니라, 그 전 사랑을 겪었으므로, 지금 사랑을 더  잘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서로에게 더 좋을 것이다.

저 여자분 말대로 '결론적으로 지금 네 앞에 있으니까.'

그거면 된 거다. 그그면 충분한 거다.


지금, 바로 네 앞에..




글 | 직딩단상, Caligraphy | b.eun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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