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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Jan 26. 2017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랑 차이가 뭐야?"

스무 살이 된 동생이 물었다..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랑 차이가 뭐야?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척 동생 은이가 물었다.

"엉...?"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문이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번뜩 떠오르지 않았다. 서른 살이 넘은 내 주변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질문과 대화를 하지 않았다. 늘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만 오고 갔다. 집이 얼마고, 전셋값이 어떻고, 주식은 얼마고..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여동생 은이에게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가장 호기심 가는 주제일지도 몰랐다.

스무 살,

나도 그 나이 때 막 연애에 눈을 뜨고 사랑에 눈을 떴었다. 첫사랑, 그리고 이별. 이 시기엔 '사랑'이 매우 궁금하고도 몹시도 신비한 무엇처럼 느껴질 것이다. 은이는 아마 본인보다 연애 경험이 많은 나에게 이 사랑에 대해 묻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사랑을 해보고 이별을 해봤으니 설명은 해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사랑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사랑 초년생(?)'에게 이 개념을 막상 설명하려니 어떻게 서두를 던져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이제 현실적인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이런 질문은 매우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 반갑기도 했다.


사랑,

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개념인가.

그런데 문제는 스무 살짜리 눈높이에 맞춰 사랑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음.. 상대의 이해 수준을 고려하자.'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

사랑에 수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공감하는 사랑의 정의는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 즉, '사랑이란 그 사람을 살게끔 한다'는 정의다. 공자의 말이다. 이 얼마나 깊고 심오한가..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니.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는 추상적으로 들릴 것만 같았다. 쉽게 설명해 보자.


"음... 우선 좋아하는 건 말이야."

"으응?"은이의 눈은 늘 똘망 똘망했다.

"같이 있으면 너무 좋고 즐거워, 없으면 보고 싶고, 생각나고 그런 거야. 진짜 좋아하는 영화는 보고 싶고, 진짜 좋아하는 건 갖고 싶고 그런 느낌이잖아. 사람도 마찬가지로 서로가 정말 좋아하는 존재라 가장 가까이에 두고 보고 싶은 사람인 거야. 그런 느낌 알지?"

"응! 알지. 같이 있으면 막 좋은 거~" 은이가 대답했다.

"그러면 사랑은? 사랑은 뭐가 다른데..”

“음.. 사랑하는 건 말이야..  같이 있으면 당연히 좋고,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너무 보고 싶어서.. 잠들지 못하고 단 1초라도 더 보고 싶어서 새벽 2시라도 달려가서 한번 더 보고 오는 거야.”

“….”

은이는 말이 없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커피 잔을 보았다.

“좋아하는 건 보고 싶은 거구 사랑은 못 보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 거야. 보고 싶어서 잠이 안 오는 거.. 그런 느낌이야."

"오빠 말대로라면..” 은이가 몇 초 동안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아직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좋아한 적만 있는 거 같애."

“뭐, 내 말이 좋은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거 같애. 좋아하는 건 같이 있으면 좋지만 사랑은 떨어져 있으면 안 될 거 같은 거.. 그래서 못 보면 가슴 시리다 못해 아픈 거..”

“으응… 그런 게 사랑하는 느낌이구나..”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

“응.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난 아직 느껴 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은이가 눈을 찡긋하며 대답했다. 내 설명이 어느 정도 전달된 것 같았다.


사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차이라는 것은 있었다.


‘있으면 좋은 것과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좋아하는것과사랑하는것의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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