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찾겠습니까.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 해서 좋겠다~' 였다.
'너도 하고 싶은거 하면 되잖아.'라는 내 대답에,
열이면 아홉은 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 '하고 싶은게 없어...'
- '하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어...'
나는 첫번째 대답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대답이, '모르겠다'는 그 대답이, 매우 말이, 솔직한 대답이리라.
자기가 하고싶은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안다는 것은,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하고싶은 게 없을리 없다.
고로,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못 찾을리 없으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즉, 이 글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다만, 미리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하고싶어 할만한' 일은 대부분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겨우 진입에 성공한다 해도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페이를 받기는 커녕, 페이보다 더 큰 열정만 상납해야하는 상태의 직업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매우 안정적이거나 고소득의 직업이라면, 진입장벽은 더더욱 높을 것이다. 아니, 입구 자체를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이 찾는 '하고싶은 일'이 시골 한적한 도시의 공무원이거나, 대기업 사원이거나, 아니면 차라리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기를.
매우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명확하고- 되고 난 뒤의 안정감, 명성, 두둑한 월급 등 뭐 하나라도 보장되어 있으니까. 부디 그런 일을 하고 싶기를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면,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같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더 깊은 내면에 숨겨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면, 많이 많이 많이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그러나 후회는 없도록. 많이 고민해보길 바란다.
길고 긴 고민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진심으로.
정답은 아니지만, 이런 방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몰라 적어본다.
내가 요즘 좋아하는게 뭐더라?
재밌어 하는게 뭐더라?
공연 보는 걸 좋아하면 공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겠고, 책을 좋아한다면 출판사는 어떨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과 관련된 일을 찾아보자. 세상엔 참 직업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될테니까. 게스트하우스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는 게 즐겁다면, 당장 게스트하우스 알바를 시작하면 된다.루트 짜는게 재밌다면 여행사에 취직해 가이드나 투어 디자이너/플래너로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관련된 직업이 한가지 이상 있기 마련이다. 커피? 술? 게임? 아니 그 무엇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빵을 좋아하던 내 친구는 S기업에 취직해 매년 새로운 빵들을 기획하고 있다.
아.. 내가 그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했는데. 그때 참 좋았는데... 했던 그것.
요즘처럼, 특히 우리나라처럼 '남들 사는대로' 살아야 인정해주는 사회에서는, 세상이 보여주는 길만 따라가다보면 내가 지나온 길을 잊기 마련이다.
때론 지나온 길에 답이 = 내 진짜 모습이 숨어 있는데 말이다.
나 그거 할 때 참 잘했어- 그때 참 재밌었어- 싶었던 걸 되새겨보자.
내가 과외할 때 참 애들 잘 가르쳤었지... 학교 미술 시간에 뭐 만들어가는건 늘 100점이었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할 땐 칭찬 참 많이 받았었지... 뭐라도!! 흔한 알바라고 생각하는 '서빙'만 해도, 경력으로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수십가지는 넘을 것이다.
학교다닐 때 좋아했던 것, 잘했던 것- 재밌게 했던 알바 등등. 그 중에 미처 못 보고 지나친 '하고 싶은 일'이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대학 때 인턴은 물론이고 알바, 동아리 등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 하는 거다.
잠깐 갓길로 빠져서,
나는 대학은 공부하러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업 공부는 더더욱 아니고.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내 적성을 찾는 준비시간을 주는, 인생에서 허락된 유일한 유예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때 공부 말고 해본게 없어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다..
내 주변에는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을 잊지 못해 공연쪽에서 일을 하는 케이스도 있고,
별다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재미 들려 결국 점장까지 올라간 지인도 있다.
하고싶은 일을 시작한, 그 다음.
내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해도, 막상 그 직업을 얻게 되었을 때 당신이 해야할 실제 '일'들은, 당신이 생각한 것과는 꽤 많이 다를 것이란 것.
내 머릿속 상상 그대로의 직업이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일'이란 아무리 고귀하고 고상하고 아름답다 해도 결국은 '일'이지 취미나 여흥은 아니란 것.
바꾸어 말하면,
남들 다 되고 싶은 대기업 정직원이 되더라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행할 수 있으며-
남들이 다 '왜 그러고 사냐'고 묻는 열정페이 의상실 시다가 되더라도 때론 충만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그러나 열정페이는 옳지 않아요...)
결국 인생은 선택이고,
남들이 인정하는 삶을 살 것이냐-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그 선택의 결과는 남이 책임져주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없을리 없다.
가슴 속 깊이 꾸물대는 그 하고 싶은 일이 이 사회가 인정하는 '그럴듯한' 일이 아니라서. 꿈 목록에서 지워버린 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어렴풋이 내 꿈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마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면 그 일을 하게 되기까지가- 어렵거나, 힘들거나,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자.
사람이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일은 일로 하고, 하고싶은 건 취미로 하는 삶이 오히려 바람직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면, 인생에 한번쯤은.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면.
남들처럼 돈 모으고 시집장가 가고 아이 낳고 사는 그 '안정'된 스텝이 앞으로 한번 이상 지겹다 느껴질 것 같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