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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석천 Mar 27. 2016

'태국'의 상징인 이 그림은 어디에 있을까?

태국 북부 소도시 '난 Nan'에서의 좌충우돌 여행기 (1)

왜 우리가 갑자기 그 그림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더라?


태국은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릴만큼 여행업이 발달해 있다. 그만큼 배낭여행자들도 여행하기가 편한 곳이지만, 가끔은 그 편리함과 번화함이 상술처럼 느껴져서 실망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아마 짧지 않은 여행의 막바지라 그 편리함에 좀 질렸었나 보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잘 찾지 않는 -그러나 살아남을만큼 정보는 있어야 하는- 곳을 찾겠다며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만에 찾아낸 것이 바로 이 그림이었다.


출처: Thinkstock by Getty Images

태국 여행자라면 모를리 없는, 어느 엽서 가게에 가도 꼭 한장씩은 있는 이 그림. 태국 옛 문화의 상징처럼 사용되는 이 그림의 원본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어찌 가보지 아니할 수 있겠는고?


그곳의 이름은 난. Nan 혹은 Naan.

커뮤니티에 마지막으로 올라온 글이 2-3년 전인, 여행자들이 자주 찾지도 않을뿐더러 정보도 희박한 북부의 작은 도시.


...모르겠고, 일단 가기로 했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니 가는 버스도 찾기 힘들었다. 게스트하우스 알바 언니가 터미널에 전화를 몇차례나 걸어준 덕분에 겨우 새벽같이 떠나는 2등급 버스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예상보다도 훨씬 긴- 무려 6시간을 물과 비스킷만으로 버티며 달려왔건만, 숙소 구하는 데서부터 난관에 봉착;; 여기서만큼은 조용히 지내고 싶어 잘 알려지지 않은 숙소를 찾아 왔더니 직원들이 단 한명도 영어를 못한다. 단 한마디도.

... 그렇지만 아직 저물지 않은 저 뙤약볕으로 다시 나갈 수는 없었다. 카운터 아저씨와의 오랜 몸의 대화(?) 끝에 방을 잡긴 잡았다!.... 손가락으로 4층이라고 알려주시길래- 그래, 4층까지는 참아보자... 라며, 3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하... 영국식으로 4층이었네!! (=5층) 게다가 계단 폭은 대체 누구한테 맞춰서 지은건지, 손으로 무릎이나 바닥을 짚지 않고는 계단 한칸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방을 바꿔달라고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아마 시도했더라도 실패했을테지.


결국... 난에 머무르는 내내 매일같이 5층을 -당연히 걸어서- 오르락내리락 해야했고, 땡볕에 지쳐 쉬고 싶은 때에도 감히 방에 가서 쉴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게 기다리고 있는데, 떠날 순 없잖아? (난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왓 민므앙') - Nan, Thailand ⓒ제석천

일단 '숙'을 해결했으니, '식'을 해결하러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대충 근처에 있는 가장 큰 식당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영어라고는 정말 원 투 쓰리 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손짓발짓과 더불어 그 동안 귀동냥으로 익혔던 태국어 음식 이름과 식재료 단어들을 총동원한 끝에 겨우 밥 두그릇을 주문할 수 있었다. (태국어도 중국어처럼 성조가 있어서 외국인 발음을 이해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ㅠㅜ)


하... 이런, 영어 한마디도 안 통하는 도시...

정말....

재밌다. (진.심.)


간만에 말 안 통하는건 정말로 재밌는데, 작은 도시여서 그런지 썽태우(태국 북부지방의 '버스'같은 개념으로, 낮은 트럭을 개조해서 사용한다)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게 문제였다. 결국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타는 수밖에 없는데, 여행자가 많지 않으니 자전거 빌려주는 곳도 거의 없고, 있다 해도 대여료가 비쌌다. 여행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터라 자전거는 꼭 필요한 날만 빌리고, 과하게 멀지 않다 싶으면 걸었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그! 벽화도 땡볕을 하루종일 걸은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그! 유명한 벽화가 있는 '왓 푸민'- Nan, Thailand  ⓒ제석천

'왓 푸민'의 벽화들. 1800년대 후반에 그려졌다고 하는데, 첫번째 그림을 보면 서양 사람들이 등장한다. 세번째 그림은 이슬람 사람들. 당시 난의 무역이 꽤 번창했음을 알 수 있다.

- Nan, Thailand ⓒ제석천


왓 푸민의 벽화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다이나믹했다. 태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수십군데의 사원에 가 봤지만, 이런 스타일의 그림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신선하고 신기했다.


안타깝게도 가장 고대하고 기대했던, 우리를 이 낯선 도시 '난'으로 이끌었던 그 그림은 생각보다 많이 빛이 바래고 훼손되어 버려서 예상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왓 푸민'의 바로 그! 벽화 - Nan, Thailand ⓒ제석천

디지털 시대의 폐혜일까...

암스테르담과 브뤼셀에서 수많은 명화들을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원작의 오오라'라는건 다 거짓말 같다. 오히려 잘 찍고 잘 다듬은 사진으로 봤을 때가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인다, 모든것이.

고도화된 사진 기술이 오히려 원작을 '과도하게 좋아 보이도록' 왜곡하고 있는 이상한 현실.


결론적으로, 이 그림 역시 수없이 봐 왔던 사진보다 훨씬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 '그림체' 만큼은 흥미로웠다. 다른 사원들의 그림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어떤 '풍'이 도드라지는 이 그림의 스타일만큼은 봐도 봐도 신기하고 질리지 않았다.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였다면 하나의 독보적인 화풍을 만들고도 남았을 실력인데, 이 사원 벽화를 그린 화가는 이름은 물론 정체조차 밝혀진 바가 없다. (벽화의 개수나 규모를 봤을 때는 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딱 한 곳에 더 있다고 한다.

난에서도 30km 떨어진 작은 마을에 있는 사원 왓 농부아.


이 그림이 목적이었으니 그곳에도 꼭 가보고 싶은데... 영어 한마디 안 통하는 이 도시에서 자세한 정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결국,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난에서 여행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는 카페를 한 곳 찾아냈다. 이 동네 그 누구와도 말이 안 통하니, 거기에서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해야겠다! 싶어 당장 달려갔으나,


"온 가족이 인도 여행을 하고 있음.

정확히 언제 돌아올지는 나도 모름.

아마 한두달 뒤?"


...라는 종이 한장만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와... 주인아저씨가 여행자 출신이라더니. 역시 여행자 가족의 스케일은 남다르다...


뭐, 괜찮다.

"운이 좋으면 차를 탈 수 있음

차장한테 말하면 근처에 내려줄지도 모름"

이 정도 레벨이긴 하지만, 가이드북에 정보가 있기는 있으니까...


... 라고 쉽게 생각하는 바람에 말 한마디 안 통하는 곳에서 미아가 될 뻔 했던 '왓 농부아'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



(계속되는 이야기...)

https://brunch.co.kr/@jesuckchun/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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