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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석천 Oct 13. 2016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너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6학년 2반 3분단 첫째줄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괴롭히던 내 짝.

네가 다니던 중학교 강당에서 수업받던 날,

담벼락에 기대어 내가 지나치길 기다렸던 녀석-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 해 가을,

 우연히 마주친 버스 정류장에서

'...안녕' 하곤 횡단보도로 달려가버렸던,

그 녀석-


어떤 남자가 되었을까

너는

이제 누구의 퇴근길을 지키고 있을까



"쌀쌀한 가을 밤 캠퍼스 벤치의 낭만"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나는 문장들.

'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냐' 고,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그 유치한 대사에도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삐딱한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끌며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곤 했던,

그 사람-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 사람은

흔하디 흔한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었을까

아님 여전히, 삐딱한 모자를 쓰고

어딘가에서 자전거를 끌고 있을까



무얼 하고 있을까

너는


'로망'이란 단어를 처음 알려준 너-

한밤중에 달려가 내 핸드폰을 찾아왔던 너-

무릎꿇고 내 겉옷을 여미어주던 너-


이제는 기억도 흐릿한

그 수많은 '너' 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남은 생에 한번은 더 마주치게 될까

마주치면 서로 알아보게 될까

우리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을까


아님 이미

서로가 모르게

저 길 한켠에서 지나쳐 갔던건 아닐까


내 기억 속 희미한 마지막 모습이

부디 영원한 마지막은 아니기를

쓸데없이 기도하는 밤...



2016. 10. 31.


우연히,

너의 사진을 본 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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