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고 있을까
너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6학년 2반 3분단 첫째줄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괴롭히던 내 짝.
네가 다니던 중학교 강당에서 수업받던 날,
담벼락에 기대어 내가 지나치길 기다렸던 녀석-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 해 가을,
우연히 마주친 버스 정류장에서
'...안녕' 하곤 횡단보도로 달려가버렸던,
그 녀석-
어떤 남자가 되었을까
너는
이제 누구의 퇴근길을 지키고 있을까
"쌀쌀한 가을 밤 캠퍼스 벤치의 낭만"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나는 문장들.
'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냐' 고,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그 유치한 대사에도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삐딱한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끌며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곤 했던,
그 사람-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 사람은
흔하디 흔한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었을까
아님 여전히, 삐딱한 모자를 쓰고
어딘가에서 자전거를 끌고 있을까
무얼 하고 있을까
너는
'로망'이란 단어를 처음 알려준 너-
한밤중에 달려가 내 핸드폰을 찾아왔던 너-
무릎꿇고 내 겉옷을 여미어주던 너-
이제는 기억도 흐릿한
그 수많은 '너' 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남은 생에 한번은 더 마주치게 될까
마주치면 서로 알아보게 될까
우리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을까
아님 이미
서로가 모르게
저 길 한켠에서 지나쳐 갔던건 아닐까
내 기억 속 희미한 마지막 모습이
부디 영원한 마지막은 아니기를
쓸데없이 기도하는 밤...
2016. 10. 31.
우연히,
너의 사진을 본 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