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두메산골에 옥수수를 주문한다.
할머니 대신
전화받았다는 활달한 남자아이,
초등학교 4학년.
전화선을 타고 오는 그 아이의 생기는
강원도를 건너 경기도의 아침 공기를 뒤흔들고
옥수수에 자신도 물을 주었노라는
그 아이의 자부심은
할머니 대신 전화받는 것의 당당함으로
나를 미소 짓게 하고
보내온 옥수수의 한 알 한 알에
그 아이의 꿈이 하나하나
박혀 있는 듯 해
껍질을 벗기고
옥수수를 다듬어
찜 통에 넣고 익힐 때마다
그 아이의 꿈이
하나하나
익기를.
매일 아침
나는
옥수수를 삶는
엄숙한 의례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