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해경 Feb 14. 2023

호주야,머리카락 보인다!
5편:캥거루의날것과 길들여진것

론파인 코알라 보호구역(Lone Pine Koala Sanctuary)에는 코알라 외에도 캥거루가 있다. 그런데 이 캥거루가 정말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캥거루는 다른 동물이나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 매우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캥거루는 그 야성이 하나도 없다. 그저 순하디 순하고, 사람들이 다가가도 전혀 움직임이 없는, 공격성 없게 길들여진 강아지와 같다고나 할까? 모두들 풀 위에 나뒹굴어져 있다.

피곤한 건지, 아님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서 이제 치근덕대는 사람들이 귀찮아진 건지,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반응이 없다. 어떤 분이 캥거루 먹이를 사서 다 주지 못 했는지, 지나가는 우리에게 먹이 봉투를 건네주신다. 꼼짝하지 않는 놈에게 다가가 손바닥에 먹이를 올려놓고 기다려 본다. '음~ 그래도 먹이에는 좀 반응을 하네~ 이제야 움직이는군!'

새끼를 앞주머니(육아낭)에 넣고 먹이를 받아먹는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지가 않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이를 주어서인지 조금 먹고는 또 별 관심이 없다. 이곳은 어떤 의미에서는 캥거루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끊임없이 먹이를 주고 귀여워하고 좋아해 주며, 또 사육사들은 병들면 치료해 주고 돌봐준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전혀 생기가 없고 삶에 대한 의욕이 없다. 한마디로 무기력한 상태이다. 모든 것이 충족되면, 즉 걱정근심이 없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일까? 그래서 한때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는 데뷔 후 유명세를 타고, 세상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가진 후, 그 무기력을 깨우기 위해 이웃들에게 개망나니짓을 한 것일까?


코로나 시작 바로 전인 2020년 호주를 방문했을 때, 골프장에 돌아다니는 야생 캥거루를 본 적이 있다. 날 것의 느낌은 이렇지 않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열심히 먹이를 찾고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싸움도 한다.

길들여진 것의 멍한 표정에 비해 날것의 이 살아있는 표정을 보라!

어느 정도 잘 사는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꿈의 거의 99%가 돈 걱정 없이 잘 먹고 편히 잘 사는 것(부자백수)이라고 했다. 그들은 길들여진 캥거루같이 풀밭에 몸뚱이를 고착시킨 채 뒹굴뒹굴 지내는 삶을 최고의 삶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길들여진 것의 정적 모습에 대한 거부감을 그나마 해소시켜 준 것은 캥거루 옆의 악어였다. 사육사의 양동이 속에 들어있는 생선을 얻어먹기 위해 그래도 열심히 움직인다. 

호주의 칠면조는 보호조류여서 어디에서든 돌아다닌다. 이 녀석은 구덩이를 파고 놀고 있다.  

이 칠면조는 옆으로 누워 잠을 잔다.

염소와

양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을 철장너머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캥거루! (날 것의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표정이 슬퍼 보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다(?).


보호구역 밖에는 바다를 따라 부촌이 형성되어 있다. 호주에서의 부자는 적어도 개인요트는 필수인 것 같다. 

개인 선착장에 보트들이 없는 것을 보니 모두 바다로 놀이를 나갔나 보다.

날 것에 대한 염려, 두려움과 길들여진 것에 대한 무기력함, 안일함에 대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호주야, 머리카락 보인다! 4편:호주 코알라의 잠버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