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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Feb 15. 2023

호주야, 머리카락 보인다!
6편:인간나무와 열대진짜나무

Lamington National Park(래밍턴 국립공원)에서

호주 브리즈번 한인 중앙 장로교회 목사님께서 글감재료로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하시면서 우리 부부를 오렐리(근처에 있는 O'Reilly Rainforest Retreat:오렐리 열대우림 리조트. 이 유명한 리조트 때문에 래밍턴 국립공원을 오렐리라 부르기도 한다.)로 데려가신다. 호주의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국경에 있는 맥퍼슨 산맥에 위치한 국립공원(열대우림의 생태계가 아주 잘 보존된 지역)으로, 브리즈번에서 차로 2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도로 양 옆으로 넓은 목초지가 펼쳐져 있고 

간혹 주택이 보이고

말들과

소를 방목하고 있다. (검은 소가 많다.)

계속 차는 달리고

양들도 있다.

1시간 30분쯤 가다가 길을 잘 못 들어서, 다시 나와 1시간 30분을 갔다.(호주 목사님께서 고생하셨다!)


드디어 국립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접어든다.  입구에 초등학교가 있고,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뜨거운 햇살 때문인지 모두가 모자를 쓰고 있다.

학교 바로 옆에 예쁜 교회도 보인다.

1시간가량을 가파른 산길로 다시 올라간다. 고도가 꽤 높은 것 같다. 귀가 먹먹하다. 


국립공원에 있는 식당(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3시까지 식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요리대신 냉장고에 있던 또띠야 종류의 음식을 꺼내준다. (호주식당에는 아무 시간에나 가면 안 된다. 브레이크 타임 혹은 오후 3시가 넘으면 아예 식사제공을 하지 않는 식당들이 있다. 식당에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 때문이라고 딸이 설명한다.)

        (호주 목사님 부부와 외손주, 그리고 남편)


그런데 음식보다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알록달록 예쁜 새들!!

 사람 옆으로 다가와 포테이토 칩을 물어간다. 

심지어 소스까지 먹는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새를 유인하기 위해 새 먹이를 샀다. 

새는 남편의 머리 위에 앉기 시작하더니

곧 남편의 온몸은 인간나무가 되고, 새 우리가 된다.

새의 세계에도 강자가 있다. 강한 놈이 나타나서 다른 약한 새들을 쫓아낸다. 

그러나 가장 강한 강자는 칠면조이다. 모든 새들을 쫓아내고, 내려놓은 먹이를 칠면조가 독차지하고 있다. 

'에잇, 나쁜 놈!'

이제는 열대우림의 나무를 볼 차례이다. 숲이 아주 빽빽하고 공기가 너무 청량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20m까지 자라는 Black Booyong(검은 부용) 나무가 있다. 

이것이 밑동 모습이고

중간

그리고 위이다(이름 그대로 위는 검다.)

또 구름다리가 나타나고

한 번에 6명까지만 건널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나무에 설치된 층계가 있는데

사람이 오른다.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2층까지의 높이는 24m, 단지 3명이 오를 수 있고,  3층까지의 높이는 30m, 단지 2명이 오를 수 있다는 안내판이 역시 붙어 있다. 

예전 같으면 '세상에 다시없는 경험'이라고 꼭대기까지 꼭 올라갔을 것인데, 이제는 나도 나이가 먹었나 보다. 조금 올라가다가 포기했다.(30m! 너무 높다!) 그러나 꼭대기의 전망대에서 전체 풍경을 내려다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나는 남편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리저리 살펴보며, 천천히 내려온다. 그런데 앞서 가던 남편이 보이지 않는다. 키가 크니 성큼성큼 내려갔나 보다고 생각하고, 나는 공원을 내려와 식당으로 갔다. 호주 목사님 부부는 외손주 때문에, 밑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저의 남편 안 왔나요?"

"두 분이 같이 오지 않으시고, 왜 혼자 오세요?"

"네? 안 왔다는 말인가요?"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 우거진 숲 속에서 길을 잃었나? 넘어져 다리를 다쳤나? 아님 나쁜 놈들에게 납치되었나? 어디 발을 헛디뎌 떨어졌나? 이 외국 땅에 와서 남편을 잃고 가는 것은 아닌지? 경찰을 불러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휙휙 스쳐 지나간다.


나는 오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며, 큰 소리로 남편을 부른다.

한참을 들어가다 보니,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남편이 이쪽 길로 돌아온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남편도 약간 놀란 표정이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이 산책길은 'One way'로, 들어가는 길, 나오는 길이 달랐다. 남편은 나오는 길로 나갔지만, 나는 한 눈 파느라 들어온 길로 다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입구에 도착한 남편은 내가 보이지 않자 놀라서 다시 숲에 들어가, 이리저리 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호주 목사님의 말씀.

"다음부터 손 꼭 잡고 다니시든지, 아님 호루라기 하나씩 준비하세요, 비상시를 대비해서."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린 해프닝이었다. 

진짜나무를 보려다, 내가 의지하는 인간나무를 잃어버릴 뻔 한 사건! 

길이길이 기억되는 장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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