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le de Suif (비곗덩어리)를 읽고

by 김해경

모파상의 단편소설 Boule de Suif(불 드 쉬이프)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먼저 중요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Elizabeth Rousset(엘리자베스 루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내내 Boule de Suif(불 드 쉬이프)로 불려지는 여주인공은 뚱뚱하나 매력이 넘치는 창녀이다. 그녀는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고 멸시받는 계급을 나타낸다.

Cornudet(코르뉘데)는 나폴레옹 3세의 제정시대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인 공화정(민주주의)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혁명주의자인데 맥주와 혁명, 이 두 단어가 그의 인생을 나타내는 키워드이다. 그는 과자가게를 했던 아버지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으나 동지,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시는데 다 소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혁명적 소비라고 생각하고 공화국이 도래하여 한 자리 얻기를 고대하는 인물이다. 즉 사상으로 포장한 출세주의 자이다. 그는 사회적 명사들이 두려워하는 잘 알려진 인물이나,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못하는 방관자로 있다가 상항이 종료된 지점에서 자신의 사상을 끄집어내는 인물이다. 즉 모든 사람이 Boule de Suif가 독일 장교의 청을 받아들이도록 간계를 꾸밀 때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의 간계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치욕적인 짓을 했다"라고 두 번 외치고 사라진다. 그러나 그의 사상도 Boule de Suif에게 개인적인 욕망을 거절당했다는 것을 아는 르와조에 의해 변질됨으로 전혀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그는 술 마시고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조국을 위해 정말로 어떤 것도 희생한 적이 없는 자이다. 또한 그는 여행이 재개되었을 때 Boule de Suif를 지지하지도 않았고 그녀와 마차 안에서 음식을 나누지도 않는다. 그런데 무슨 의도로 글 마지막 부분에 프랑스 애국가를 불러 Boule de Suif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 가사를 음미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유도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즉 그는 본인은 행동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은 비판하는 전형적인 이중인격자인 것 같다.

Loiseat(르와조)는 가게 점원이었다가 도매상 주인이 사업에 실패한 틈을 타 그의 가게를 사서 한밑천 잡은 인물이다. 아주 형편없는 포도주를 비싼 가격에 팔아치우는 포도주 상인으로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세일하는 것과 가능할 때마다 조잡한 농담을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그의 주된 관심사이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붙은 철저한 기회주의자이며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 대해 냉혹하다. 그러나 자신을 품위 있게 보이려는 가식조차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는 예측 가능한 인물이다. 그의 부인은 키가 매우 작고 배가 튀어나온 르와조와 상반되는 외모로 키가 크고 뚱뚱하며 남편보다 더 돈을 중요시하는데, 남들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 불결한 정서들도 그대로 뱉어내는 뻔뻔함을 가지고 있다. 작품 내내 가장 Boule de Suif를 경멸한다.

Carre-Lamadon(카레 마라동)은 3개의 방직공장을 가진 부자이면서 레종 도뇌에르 훈장까지 받은 도의원이며 제정시대의 야당의 우두머리였다. 즉 부자이면서 권력도 가진 자로 상인과 귀족의 중간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백작의 지위적 우월성도 루와조의 경솔한 정직성도 가지지 않은 비효율적인 존재로 남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 중산층의 안일함을 보여준다. 그의 부인은 상류 출신의 장교들에게 인기가 있는 귀엽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독일 장교가 Boule de Suif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기분 상해하면서 Boule de Suif에게 마음속으로 노여워한다.

the Count and Countess Hubert de Brevile(휴버트 드 브레빌 백작 부부)는

노르망디에서 제일가는 유서 깊은 가문인데 귀족이 된 근거가 터무니없다. 앙리 4세가 브레빌 집안의 한 부인을 임신케 해서 이일로 그 남편이 백작 칭호를 받고 지방 총독에 임명되었다고 한다. 풍채가 훌륭해 보이도록 애쓰는 노귀족으로 외모에 비해 가장 교활하고 빈틈없는 인물이며 또한 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Boule de Suif를 때로는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듯하다가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Boule de Suif를 집요하게 협박하여 결국 독일 장교의 청을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지배층이다. 그의 부인은 원래 보잘것없는 선주의 딸인데 백작과 결혼하여 귀족의 풍습을 귀족 이상으로 잘 익혀 온 나라의 귀족들이 그녀를 극진히 대하게 만든 수완이 좋은 여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친근함을 이용하는데 Boule de Suif에게 친밀하게 굴다가, 독일 장교 사건에서 수녀를 이용하여 Boule de Suif로 하여금 최종적인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늙은 한 수녀와 젊은 한 수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나, 늙은 수녀는 기회가 주어지자 자신이 부상당한 프랑스 군인들을 돌보는 종군 수녀임을 자랑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백작부인의 말에 호응하여 신과 아무 관계없는 이 일을 신과 연관시켜 신의 뜻이라고 선동함으로 Boule de Suif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종교자의 모습인데도 본인은 완전한 믿음의 소유자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


위 10명의 사람들이 지금 한 마차를 타고 점령군인 독일 군인들을 피하여 루앙에서 르아브르로 도망을 가고 있다. 르와조는 르아브르에 가서 자신이 프랑스 군부에 판 포도주 값을 받기 위해서, 카레 마라동과 휴버트 백작은 자신들의 재산을 독일군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즉 이 세 사람은 돈 때문이며, 여차하면 영국으로 건너갈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코르뉘데는 늘 해오듯 르아브르에 새로운 방어진을 만들기 위해서, 두 수녀는 병사를 돌보기 위해서, 그리고 Boule de Suif는 독일군에게 적개심을 품고 적대적인 행동을 하려다가 루앙에서 도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가면을 쓴다. 그러나 그 가면을 확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위급할 때이다. 이 소설에도 3번의 위급한 순간이 나오는데 그때 각 인간들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첫 번째 위급한 순간은 새벽 네시 반에 모인 이들이 마차를 타고 가는 중에 오후 세시가 되어도 먹거리를 구할 장소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배고픔에 시달린다. 그때 Boule de Suif가 3일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음식을 끄집어내는데, 르와조답게 가장 먼저 음식을 얻어먹는다. Boule de Suif는 이어 두 수녀에게, 그리고 옆의 코르뉘데에게 음식을 나누어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감히 말을 걸지 못한다. 왜냐하면 오는 내내 그들이 자신을 대놓고 멸시하고 흉보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르와조는 아내의 음식도 요구하여 엄청 먹어대고 있는데, 차마 상류층의 신분으로 Boule de Suif에게 손을 벌리지 못하고 있던

카레 마라동 부부와 백작 부부는 카레 마라동 부인이 배고파 기절하는 사건을 통해 제공된 음식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Boule de Suif는 자신의 음식을 기꺼이 모두에게 나누어준다. Boule de Suif를 노골적으로 경멸하던 르와조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판국에 다들 형제간이나 다름없지요. 서로 돕는 것이 당연하죠. (Under such circumstances, we are all companions in misfortune and bound to help each other.)"

즉 자기 이익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두 번째 위급한 순간은 그들의 출발을 막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즉 이들이 도착한 첫날밤 신분증을 다 검사한 독일 장교가 Boule de Suif을 불러내어 무슨 말을 한다. 다음날 아무 이유 없이 출발이 지연되자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고, 여관 주인은 Boule de Suif에게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독일 장교가 묻는다'는 말을 여러번 한다. 사람들은 Boule de Suif를 설득하여 자초지종을 알게 된다. 즉 독일 장교는 Boule de Suif와 하룻밤 자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은 순간에는 모든 사람이 완강히 거절하는 Boule de Suif의 편이 되어준다. 그러나 그다음 날도 기약 없이 여행이 지체되자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르와조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 여자가 이 남자는 좋고 저 남자는 싫다고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As that is her trade, why refuse one man than another?)"

그러면서 모두가 Boule de Suif를 움직일 계략을 짜기 시작하고, 마침 성당의 세례식에 다녀와 믿음이 충만해있는 Boule de Suif에게 수녀를 이용한 백작부인의 계교가 먹히게 된다. 독일 장교와의 관계는 애국심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Boule de Suif에게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는 생각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Boule de Suif를 희생시켜놓고 그들은 축제를 벌인다.

자발적 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럴듯한 대의명분으로 덮어씌워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나도 지나온 세월 동안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여 나의 이익을 취한 일은 없었는지, 나의 주위에, 그리고 이 사회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나 않는지를 생각해 볼 때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기적이면서도 무자비한 인간의 속성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는 것 일까?


세 번째 위급한 순간은 다시 여행을 출발하는 마차 속에서이다. 황급히 마차에 오른 Boule de Suif를 사람들은 그전보다 더 냉담하게 대한다. 아예 몹쓸 것을 봤다는 투다. 르와조 부인은 "저년 곁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It's good thing that I am not sitting beside her!)"라고 남편에게 속삭인다. 점심시간이 되어 모두 준비한 음식을 끄집어내어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허둥지둥 탄 Boule de Suif는 아무것도 준비하지를 못 했다. 사랑을 표방하는 수녀조차도,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자라는 코르뉘데도, 하층민에게 아량을 가진 듯이 꾸미던 백작도, 어느 누구도 Boule de Suif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지 않는다. 흐느끼는 Boule de Suif를 두고 코르뉘데는 프랑스 애국가를 흥얼거린다.

"자유, 소중한 자유, 당신의 수비수 편에 서서 당신들 싸워라

(Libety, chrished liberty, Fight thou on the side of thy defenders.)"

코르뉘데의 이 단조로우면서도 복수의 휘파람 소리는 Boule de Suif의 흐느낌과 함께 여행 내내 계속되는데, 과연 휘파람을 부는 코르뉘데 자신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사람은 이 가사의 내용을 기억하며 얼마나 양심의 가책을 받았는지 의문이 든다.

(He continued with unabated persistency his vengeful and monotonous whistling; forcing his wearied and exasperated fellow travelers to follow the song from end to end and to remember every word that corresponded to each note.)

인간의 배은망덕함, 즉 다른 사람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거기서 이득을 보았음에도 전혀 그를 배려하지 않는, 오히려 너는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오만한 생각들이 나를 전율하게 만든다.


Boule de Suif처럼 가장 비천하고 나약하지만 가장 고귀한 영혼을 가진 자들의 희생을 바라보며,

안도현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의 시가 생각난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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