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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Jun 25. 2023

사랑이의 꿈!

길가에 사랑이 뿌려졌다.

지나가던 길냥이가 냉큼 먹어치웠다, 흔적도 없이.


돌짝밭에 사랑이 뿌려졌다.

고개를 내민 사랑이에게 메마른 돌덩어리들은 왜 그렇게 텃세를 부리는지

"흥, 이 쬐그만 것이 어디서 자리를 잡으려고 해? 

여긴 우리 영역이야!"


사랑이는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다가

뿌리도 내리지 못 한채 

바짝 메말라 비틀어졌다, 홧병으로.


가시밭에 사랑이 뿌려졌다. 

'휴! 이제 겨우 정착하려나' 했더니만

가시덤불이 우거져 마구 찔러댄다.


황금의 가시는 "머니머니해도 머니(money)가 최고지!"로

사랑이의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 피멍이 들게 하고

권력과 명예의 가시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Power(힘)이 최고지!"로

사랑이의 낮아져 섬기고자 하는 마음을 비웃고

눈에 보이는 것만의 가시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지, 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로

사랑이의 실존하는 세계를 패대기치고

건강의 가시는 "내 노력으로, 내 육신 건강하여 한 오백 년 살고 지고!"로

사랑이의 치유의 생수를 땅바닥에 휙 쏟아붓는다.


사랑이는 찔러대는 가시로 

고통하며 죽었다, 온몸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오늘도 사랑이는 찾고 또 찾는다.

'나를 품고, 나와 함께 인내하며, 나로 인해 열매 맺을 마음밭이 어디에도 없니?'


사랑이는 

겨자씨 한 알이 심겨줘 무성한 나무 되어

온갖 새들이 깃들어 지저귀고 

힘들고 지친 이들이 그 나무 아래에서 쉼을 얻는

사랑이의 숲을


꿈꾸고 꿈꾼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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