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
바람은
산속을 걸어
내려온다
바스락바스락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나무는
자신의 껍질 소리를 들으며
떠나간 껍질에게
온몸을 흔들며 안부를 묻는다.
겨울 초입에는
인간도
떠나가고 흩어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어야 하리
다가울 추위에
앙상한 나무가
봄을 기다리며
서 있듯
인간도
함께 한 만남의 온기를 두르고
추운 겨울에
소망으로
든든히 서 있기를
나무껍질의 바스락 소리가
유난히도 들리는 밤이면
떨어져 나간 껍질에게
인사하기 바쁜 나무처럼
떠나간, 사라진, 잊힌
모든 이들을
겨울밤하늘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별처럼
기억하고자
바스락바스락
부스러지기 쉬운
마음에
생명의 기운이
움트기를
내 마음은
이리저리
뒤척대며
밤을 지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