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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Nov 11. 2023

대만 맛보기 여행 3

야류 지질 공원, 예리우

새벽 5시에 깨어나 있는데 약 3분~4분가량 방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어제 가이드로부터 대만 지진에 대해, 또 101 빌딩의 TMD에 대해 들었는데 이게 정말 지진인지? 지진이면 왜 호텔 프런트에서는 아무 연락을 하지 않는지? 모든 게 이상했다. 내 눈앞에서 화장대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을 꼭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았어야 했는데, 그 순간에는 당황해서 밖으로 나가야 하나, 바닥에 웅크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이게 생존이 걸린 문제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내 진동이 그쳤다. 그리고 다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한국이라면 비상벨이 울리고 난리가 났을 터인데 이곳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 더 이상했다. 프런트로 연결하는 전화를 드니 온통 대만말이어서 통화가 불가능하다. 


아침 9시에 모인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그 시간 잠에 빠졌던 일행은 진동자체를 알지 못했고, 깨어있었던 사람들은 그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 가이드에게 말하니 "진동 2 정도 되었나 봅니다"라고 역시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이곳 대만 사람들은 지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나 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전체가 흔들리던 그 느낌! 대만 여행에서의 최고의 경험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먼 옛날 바닷속에 깊이 잠들어있던 지형들이 솟아오르면서 만들어진 예리우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예리우는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지역이어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무시무시한 파도가 몰아쳐 공원이 폐쇄되거나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실제 빨간 줄이 기형괴석 사이에 그어져 있는데, 여행객이 파도에 휩쓸려 죽은 사고 이후, 빨간 선을  넘어가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간 그날은 맑은 날씨에 에메랄드빛 바다와 쪽빛 하늘, 수많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광경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해수의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기묘한 형태의 암석들은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인간의 겸손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신발 바위이다. 옆에서 지킴이 아저씨가 관광객들을 살피고 계신다.

여러 가지 모양의 암석 중 최고로 인기 있는 암석은 고대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여왕의 모습을 닮은 '여왕머리'바위이다. 모든 여행객이 이 바위 옆에서 꼭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촛대바위, 아이스크림 바위, 용머리 바위, 코끼리 바위, 선녀 바위, 땅콩 바위, 지구 바위, 생강바위등 참으로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바람과 태양과 바다가 함께 만든 해안 조각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예리우 지질공원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인간들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질주하던 인간들이 자연의 품에 안겨 쉬며, 즐기며, 평화로움 맛보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지질공원을 나오는 길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나무고래가  '안~녕'이라고 자그마한 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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