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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Nov 19. 2023

대만 맛보기 여행 4

지우펀과 스펀 

지우펀을 갔다.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오고 간다. 드라마"온 에어" 촬영지로 유명한 곳! 아주 먼 옛날, 단지 9 가구가 모여 살던 작은 마을에 갑자기 금광이 발견되어 1920~1930년대 아시아 최대의 탄광촌으로 타이완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마을로 번성하였다가, 광산업이 쇠락하자 함께 시들기 시작한 마을. 그러나 1989년 베니스 영화제의 그랑프리 수상작인 "비정성시"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또다시 명성을 회복하여 타이베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골목길로 거듭난 이곳. 롤러코스터를 타듯 번성과 쇠락을 다 경험하고서, 다시 우뚝 선 이 마을의 매력은 온 마을을 휘감고 있는 홍등과 산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 그리고 골목길의 가파른 계단에서 숨겨진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이것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몰려드는 것일까?

 

유명해지니, 사람들은 들끓게 되고 마을은 활기가 넘치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사람들의 소음 때문에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마치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처럼.(단독 개인주택인데도, 양해 없이 불쑥불쑥 들어오는 관광객 때문에 너무 살기 힘들다는 어느 거주민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다음, 가이드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천등 날리기를 하는 '스펀'이다. 우리는 다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이어서 소원을 적어 등을 날린다는 소리를 듣고 다 피식 웃었다. '무슨 그런 엉터리 같은 일을 하나?'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등에 자신의 소원을 써서 하늘에 띄운다고 소원이 성취되나?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를 해야 하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곳 방문을 거부할까 하다가, 그 전날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절인 용각사 방문을 거절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이드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한번 가보지'하는 심정으로 갔다. 어마어마한 사람들, 특히 한국인들이 꽤 많았다. '도대체 무슨 소원들을 써나?' 둘러보니 '복권당첨, 벼락부자, 승진하기, 취직하기, 가족건강'이 사람들의 주된 소원이었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 나의 마음도 좀 짠해졌다. 얼마나 그 소원이 사무쳤으면 이 이국땅에서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천등을 하늘로 띄울까?(사람들의 표정이 아주 진지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계신데 왜 이런 헛된 곳에 소원을 비는지, 또한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는 '대만 복음화, 성령충만, 가이드님의 건강과 예수님 믿기'를 적었다. 가이드님이 자신의 이름을 천등에 적어 올리니 은근히 기뻐했다.(그만큼 천등을 띄우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길 중앙으로 기차가 다닌다. 기차가 나타나면 모두 피해했다가,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모여 천등에 글자를 쓰고 띄우기를 계속한다. 

기차가 들어오자 사람들은 재빨리 양옆으로 갈라선다.

우리는 천등 날리기 이벤트 후, 바로 옆에 있는 스펀 흔들 다리 위를 걸었다. 

하늘의 까만 점은 천등이 날아가는 모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은 흔들 다리 위를 걸으면서, 그리고 무수히 하늘로 날아가는 천등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흔들거림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의지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원하지만, 천등이 날아가다 허공에서 터져 산산이 부서져 쓰레기가 되어 땅에 떨어지듯이, 아무 효험이 없는 곳에 빌고 정성을 들이나, 결국은 허공에서  헛된 것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지, 무엇이 그들의 눈을 가려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 나는 참으로 마음이 답답해졌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는 대만의 특징인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기다리다가

신호에 맞추어 일제히 앞으로 달린다.  

낮에도,

밤에도

앞으로 질주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 그리고 우리 모두, 인생의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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