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아침
어제 종일 내린 비는 아침이 되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뒷걸음질 친다.
늦게 시작되는 이 동네의 아침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며 팔을 벌리고
그 품에 안긴 나는 태고에서 되돌아온 가장 맑은 공기를 배부르게 혼자 폭흡(폭풍흡입)한다.
풀잎 위에 앉아 아직도 데이트하던 어떤 빗물방울은 밀회를 들켜 부끄러운 듯
아침 햇살에 얼굴을 붉히며 또르르 땅 속으로 숨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얼굴을 분칠 하기 전의 풀잎은
존재의 가벼움을 뽐내듯 자신만만하게 맨얼굴을 치켜들자
그 속살이 좋아 좀 더 비벼대고 싶던 어떤 빗물방울은 아쉬운 듯
태양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오래간만에 되찾은 태초의 모습이 좋아
아침은 다시 하품을 하며
구름이불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