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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Jul 19. 2024

아부지

나무뿌리에서 

줄기로,

잎으로, 

사랑이 올라가

꽃망울이 터져 꽃을 피우듯


세월의 흔적으로

쩍쩍 가라진 

부모의 마음에서

사랑은 내려가


자녀의 여린 마음밭에

얼기설기 

울타리가 되고


폭양, 폭우 피하는

처마가 되고

 

이 못난 부모라도 딛고 

올라서라고

사다리가 된다.


먼 옛날,


"쇳대 갖다 주러 왔어"라며

집에서 한참 먼 

첫 발령지의 학교 운동장을


시외버스 타시고

허름한 차림새로 

철없는 딸을

만나러 오신 아부지!



그날

 

창피해서

얼른 쇳대만 챙기고


뒤돌아서시는 아부지를 붙잡지 못한


방에 들어가지 못할 딸 걱정 때문에 

한달음으로 오신

아부지가 

운동장 너머 저녁놀 속으로 사라지시던 모습이 


한평생

 

마음에  붉은 놀로 내려앉아 


간혹, 

때때로,


내 마음속으로 

아부지가

걸어 들어오시면


마음의 붉은 놀은 

요동치며

 

출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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