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뿌리에서
줄기로,
잎으로,
사랑이 올라가
꽃망울이 터져 꽃을 피우듯
세월의 흔적으로
쩍쩍 가라진
부모의 마음에서
사랑은 내려가
자녀의 여린 마음밭에
얼기설기
울타리가 되고
폭양, 폭우 피하는
처마가 되고
이 못난 부모라도 딛고
올라서라고
사다리가 된다.
먼 옛날,
"쇳대 갖다 주러 왔어"라며
집에서 한참 먼
첫 발령지의 학교 운동장을
시외버스 타시고
허름한 차림새로
철없는 딸을
만나러 오신 아부지!
그날
창피해서
얼른 쇳대만 챙기고
뒤돌아서시는 아부지를 붙잡지 못한
방에 들어가지 못할 딸 걱정 때문에
한달음으로 오신
아부지가
운동장 너머 저녁놀 속으로 사라지시던 모습이
한평생
마음에 붉은 놀로 내려앉아
간혹,
때때로,
내 마음속으로
아부지가
걸어 들어오시면
마음의 붉은 놀은
요동치며
출렁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