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는~(1화)

제1화 첼로

by 김해경

친구가 아침에 카톡으로 첼로 연주 영상을 보내주면서 "너 옛날에 첼로 했잖아. 첼로에 대해 글 한번 써보면 어떠니"라고 한다. 에고. 나도 잊고 있었던 기억을 친구가 소환해 준 첼로! 첼로에 대해 생각하면 부끄러운 기억 한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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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나는 악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이 말은 잘못된 말이다. 음악을 좋아할 동기부여가 빼앗겼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언니가 피아노를 전공하다 보니 우리 집에서는 밤낮으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에 피아노를 사신 엄마는 오빠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피아노 치기를 강요하셨다. 그래야만 악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이 형성되기도 전에 강요된 음악은 오히려 마음에 단단한 장벽을 형성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엄마는 매일 나를 피아노에 앉히고 바이엘 교재를 펼쳐 놓으셨다. 처음 몇 번까지는 쉬웠는데 좀 치다 보니 악보 읽는 것이 쉽지 않았고, 또 양손을 함께 연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점점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피아노 칠 시간이다’라고 엄마가 소리치시면 피아노 앞에 앉아 조금 치는 시늉을 하다가 ‘엄마 배 아파’하면서 화장실로 도망을 갔다. 처음에는 피아노 치기 싫은 핑곗거리로 선택한 배 아픔이 점점 실제가 되어서 정말로 피아노 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배가 아팠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결국 엄마는 나에게 피아노 가르치기를 포기하셨고, 그나마 오빠는 조금 더듬거리는 수준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만족하셔야 했다.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사건이다. 그때 엄마가 나를 피아노 연주회든, 오케스트라 연주회든, 그런 음악적인 분위기에 대한 체험학습을 좀 시켜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에 대한 로망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요된 음악은 오히려 피하고 싶은 숙제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때 언니는 자신의 부전공으로 연주하기 위해 산 첼로를 내가 대신 배우기를 원했다. 그때는 정말 악기 하나 정도는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언니가 피아노 레슨으로 번 돈을 나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고마운 언니! 언니는 음악도 답게 여러 지인들의 소개를 참고하더니만 그중에 가장 실력 있다는 분을 선택하였다. 그 당시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시는 분으로 장래가 촉망되시는 분이셨다.(지금은 교수님이 되셨겠지) 언니는 이왕 시작하는 첼로 수업이므로 동생이 좋은 선생님에게 좋은 레슨을 받기 원했으리라. 그런데 나는 남들 보기에 좀 고상한 취미로 첼로를 배우기 원했지 첼로 학도가 되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첼로 선생님의 요구는 나에게 좀 과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아주 비싼 악기를 가지고 계셨고 또 본인이 가르치는 다른 모든 학생들은 좋은 악기를 가지고 배우는 모양이었다. 아마 다 음악대학에 진학하려거나 다니고 있는 음악도들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가벼운 취미로 시작하는 나에게 선생님의 기대 수준은 너무 높았다. 처음 몇 번 레슨시간을 가진 후 선생님은 악기 교체를 요구하셨다. 자기는 도저히 이런 종류의 악기의 악기음을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지금 언니가 번 돈으로 악기를 배우는 수준인데, 그리고 계속할지도 아직 생각 중인데 몇 백만원 하는 악기를 당장 사라고 하시니~


갈 때마다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선생님은 나의 악기의 끽끽거리는 소리가 너무 괴롭고, 나는 ‘안돼요 그냥 이 악기로 배우고 나중에 여유되면 살게요’ 하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였고.(아마 알랑한 내 자존심 때문일거다. '우리 집은 그런 여유가 없어요. 좀 있어 보이려고 이 악기 배워보려고 하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일 년이 되지 않아 첼로 레슨은 끝이 났다. 그때 그냥 음악대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에게 부담 없이 배우는 기회를 가졌더라면, 그래서 좀 더 지속적으로 배웠더라면, 지금쯤 그래도 몇 곡쯤은 연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악기 연주는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되었다.



첼로 레슨을 받으러 다닐 때, 수업 후 바로 선생님의 집으로 가서 레슨을 받았다. 할 수 없이 악기를 들고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낑낑대며 첼로를 옆에 끼고 강의실로 들어가려 하는데 한 남학생이 나를 붙잡고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한다.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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