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8년간 잘 다니던 학교에서 재계약 거부로해직된 한선생님을 위해

by 김해경

“1일 1 민원 릴레이 하겠습니다”를

“1인 1만 원 릴레이 하겠습니다”로 읽은 나.


‘만원씩 모아 해고 선생님에게 보내려나’ 했더니만

다른 지역 선생님들 57명이 민원 릴레이에 동참한다는 카톡 문자에


화달짝 놀라


무수한 문자들이 지나간 흔적 뒤에서

나만 홀로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마음은 버둥대는데

손발이 움직이질 않아


민원 넣는 법을 숙지하고

민원을 넣자 라고

스스로를 달래도


읽고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거미줄에 매달린 나방처럼

날갯짓하기조차 버거워


오늘은 그저

익숙한 것에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해고'라는

새로운 환경 때문에 힘들어할 그 선생님의 그 새로움에

나의 새로움을 덧붙이기 싫어

시간의 익숙함 속에 숨으려 했는데


저녁은

붉게 물든 어스름으로

내게로 내려와


내 피를 달구고

내 눈을 충혈되게 하고


'그래, 민원을 넣자

내 피로 쓴 민원을 보내자.'


저녁 어스름이 토해낸 붉음으로

뜨거워진 내 피가


그녀의 사그라진 꿈에

한 방울의 희망 수혈이 된다면.


그리하여


그녀의 희망이

한여름밤

무수한 별들 가운데서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별이 된다면.


선생님의 잃어버린 빛을

민원에 담아 다시 쏘아 올리겠습니다.


하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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