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by 김해경

당신의 사랑을

손으로 만질 수가 있나요?


그녀의 홍조 띤 빰에 피어나던 그 기운을

그녀의 파르르 떨리던 속눈썹이 가르던 그 파장을

그녀의 꼭 다문 입술에 흐르던 그 격렬함을.


당신의 마음을

눈으로 보여주나요?


당신의 주머니 속 구겨진 종이에

그녀의 이름을 쓰고 또 썼던

그 시간을.


추운 겨울날, 나지막한 집에서

그녀는 뜨개질을 하고

당신은 책을 읽으며

간혹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 지으리라는

그 상상을.


사랑은


춘삼월 굳은 언 땅 헤집고 고개 내민 새싹이

오뉴월 부드러운 바람과 어깨동무하고

칠팔월 땡볕에도 고고함을 잃지 않는 산수국처럼

구시월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로 그대 마음에 드리워져

겨우내 눈 덮인 정적 속에서 품고 또 품어

삶 속에 하나의 실제로 나타나는 것.


그 사랑을 어찌

세상의 돈을 헤던 그 손가락으로

사랑 하나, 사랑 둘 헤아릴 수가 있나요?


저의 사랑도

그렇게 왔어요.


춘삼월 언 땅 때문에 고개 내밀지 못한 내게

오뉴월 부드러운 바람으로 언 마음을 녹이시고

칠팔월 땡볕에 가림막이 되시며

구시월 풍성함으로 열매 맺게 하시고

겨우내 눈 덮인 정적 속에서도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으로 기쁨을 품고 또 품게 하신

그 사랑을.


그대


어찌 눈으로만 가름하고자 하나요.


대숲의 서걱대는 소리로

바람을 알 듯이


들숨, 날숨으로

생명 있음을 알 듯이


두 손을 불끈 쥐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쉴 때

아직도 가슴속에 꿈틀대는

꿈이 있음을 알 듯이.


너무 소중하기에

서서히

자태를 드러냄을.


찾는 자에게, 두드리는 자에게

그 자태가 보임을.


먼지를 씻어낸 유리창으로

날아드는 나비를 보듯이


먼지를 씻어낸 마음으로

그 소중한 것을 보게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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