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감자와 고구마와 너

by 김해경

비 오는 날이다.


감자와 고구마를 씻는다.

냄비를 센 불에 올린다.


바로 코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센 불은 언제 일을 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너의 불도

바로 내 코 앞에서 지켜봐야 한다.


나를 향한 불이 아님에

내 마음에는 그을음만 잔뜩 내려앉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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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잠깐 한눈 판 사이

타는 냄새가 난다.


황급히 달려가 불을 끈다.

타들어가는 냄비에 찬물을 끼얹는다.


잠깐 한눈 판 사이

너는 네 온몸을 불사른다.


황급히

타는 네 마음에

내 눈물을 끼얹는다.


함께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이 비를 보며

감자와 고구마를 먹는다.

불탄 상처를 먹는다.


세월의 비가

너의 불탄 상처를 씻어 주었는지


감자와 고구마와 함께

너의

불탄 상처를

먹는다.


너를

그리워한다.

너를

비로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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