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과

by 김해경

바람에

몸 씻고

태양의 햇살을

얼굴에 발라

반짝반짝 윤이 난

사과들


파란 하늘에

매달려

세상을 내려다본다.


추위와 더위, 폭우와 번개

그 모든 세월을 껴안은

사과는


따사로운

태양의 포옹과

살랑이는

바람의 숨결로

그 모든 나날들이

감사한 날이었노라고


얼굴에 홍조를 띤다.



차가운 마음에

햇살의 사랑을

답답한 마음에

바람의 위로를


전해주려

떠날 채비하는 사과에게


하늘도

새파란 천에

하얀 양 떼, 하얀 눈사람, 하얀 토끼, 하얀 파도 물결을

수놓아주며

하늘 길을 만든다.


그 산고의 나날 동안

밤새 익어가던

사과의 주절거림에

나도 밤새 뒤척대었건만


누구에게도

따뜻한 사랑과

시원한 위로를

줄 수 없어


떨어진 사과처럼


내 마음은

흙바닥을

뒹군다.


한 입

베어 문

사과에

삶의 생기 휘몰아치듯


나를

베어 문

사람들에게


한 입

가득 차는

삶의 밥이 되기를.


나는

오늘도

사과 향내 맡으며


인생의

가을 능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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