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Jung(정박사님-Novel)2화

2화 부화뇌동

by 김해경

지구의 산소량이 점점 감소됨으로 인해, 이제 나라마다 산소량을 할당해 주고 있다. 즉 나라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수행해야 하듯이, 이제 전 세계가 분배된 일정량의 산소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그 나라 인구 대비 기본 산소량 이상을 소비하면 다른 것으로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 제도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전 세계가 사막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산소공급은 인류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각 개인에게 지정된 양의 산소가 배정되고 이는 각 개인의 ‘정마’ 칩에 저장된다.


그렇게 되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활동으로 ‘오래동안 숨 쉬지 않고 견디는 훈련하기’ 활동이었다. 이것은 수영선수나 스쿠버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폐활량을 키움으로 물속에서 숨 쉬지 않고 오래 견디는 훈련을 모방하여 일어난 취미생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가장 적은 양의 산소를 사용하여,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지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였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SNS에 활발하게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은 계속 경신되어 기네스북의 기록들을 깨뜨렸다.


또한 자신의 배정량을 다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산소를 팔기도 하고, 혹은 어려운 환경(수술이나 지하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계신 분들을 위해 자신의 산소를 기증하기도 한다. 간혹 돈 있는 자, 권력 가진 자들이 약한 자들을 겁박하여 산소를 갈취하기도 하는데, 얼마 전 신문에서 그런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였는지 모른다.


animals-4861114__340.jpg

그런데 몇 년 동안 갑자기 실험동물의 수가 급증한 것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 해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의 수는 571만 2,380마리로, 전년도 대비 세부 항목에 따른 실험동물 수를 비교해 보면,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고통 등급의 실험 89.7% 증가, 유전자 변형 형질 동물 생산 실험 102% 증가, 교육이나 훈련에 따른 실험 97.8% 증가, 의약품 품질 관리를 위한 실험 20% 증가, 공업용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 따른 실험 25% 증가, 살충제 관련 법률에 따른 실험 37% 증가를 보였다고 농림축산 식품부는 실험동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실험동물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체는 정박사가 주축인 “생명과학단체”였다. 이 단체에서 사용한 실험동물의 수가 전체 실험동물의 수의 1/3을 차지한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즉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정박사를 ‘에너멀 킬 퀸(Animal-kill- Quee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짧은 컷 머리에 무표정한 얼굴, 여성적 매력에는 전혀 무관심한 듯한 정시연 박사는 남성 위주의 과학자의 세계에서 절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남성 과학자들에게 종종 이 구절을 인용했다. ‘왜 하나님은 남자를 먼저 창조하시고 여자를 나중에 만드셨을까? 당신의 걸작을 완성하시기 전에 습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웃음” 제1막 13장)’


그녀는 지금 죽을힘을 다해 무엇인가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이제 ‘정마’도 만들어졌는데 왜, 무슨 실험을 이렇게 많이 하여 애꿎은 동물들을 희생하고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동시에 SNS를 달구었다. 그러나 유엔의 한 결의안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마’ 사용 초기에만 해도 사람들은 그래도 인심이 후했다. 정부에서도 애완동물의 의미를 중요시 여겨, 각 애완동물에게도 ‘정마’ 시술을 허용했고 산소량을 할당했다.(단 가축용 동물에게는 산소 할당량이 예외로 적용됨) 그런데 문제가 점점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결혼하기를 꺼려 독신자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애완동물의 수가 증가하였고, 이제 사람 대 동물의 비율이 거의 동일한 지점에 이른 것이다. (독신자의 수가 증가하였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 아직 인구 총수에는 큰 변화가 없음) 게다가 매해 되풀이되는 호주와 미국 지역의 산불 사태, 지구의 허파인 브라질의 산림개발로 인해 산소량은 점점 고갈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유엔에서 도출해낸 해결방법이 애완동물수의 감소였고, 이는 애완동물 애호가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박사는 영리하고 온순한 토이푸들 한 마리와 냄새 추적 능력이 뛰어나며 털이 짧고 윤기가 있는 테리어 종인 맨체스터 한 마리, 그리고 입양한 길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이들이 그녀의 가족이었다. 정박사는 본인의 애완동물을 위해서도 연구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의 주된 연구과제는 첫째 동물훈련을 통하여 적은 산소량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기능을 기르는 것, 둘째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소의 되새김질과 유사한 산소를 되새김질하는 방을 만드는 과제와 셋째, 이산화탄소를(Co2) 산소(O2)로 바꿀 수 있는 세포를 개발하여 이를 동물에게 주입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실험이 집중적인 뉴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계기는 자신의 ‘맨체스터’를 과학적 연구결과의 산물을 토대로 하여 기능훈련을 시킨 결과, 동일한 종의 다른 ‘멘체스터’에 비해 3/5 정도의 산소량으로도 거뜬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은 너무 일찍 잭팟을 터뜨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몇 달 후, 정박사의 개 ‘맨체스터’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암으로 죽었다. 신문이 다시 들끓었다. ‘이 연구는 결국 실패’라는 기사들이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정박사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되새김질 산소방을 만드는 데에 주력했다. 수많은 실험동물들이 정박사의 실험에 동원되었다. 특히 되새김질하는 동물들인 소와 염소, 양, 기린, 야크, 사슴, 캥거루는 정박사의 주된 실험동물이었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정박사는 이 실험 결과를 또한 자신의 토이푸들에게 적용하여 유전자를 조작한 신체변형 수술을 감행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산소를 되새김질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까지도 되새김질함으로 인해 결과는 +.- 제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실망하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언론들이 정박사에 대해 약간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세포를 개발하여 이를 동물들에게 적용하느냐의 문제인데, 이 실험이 성공하면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가지게 하는 실험이었다. 이산화탄소는 CO2 이므로 탄소와 산소를 떼어내면, C와 O2 즉 산소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했다. 정박사는 또 3년 동안을 실험에 전력 질주했다. 이론상 가능한 이 실험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가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박사의 마지막 식구인 고양이는 그 날 목에 빨간 방울을 달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목부분의 수술 자국을 방울이 살짝 가려주고 있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칩에 공기정화기를 달고 이를 산소로 변형하는 세포를 주입한 것이다. 고양이의 아주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전국의 티브이에 생중계되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다. 특히 애완동물 애호가들의 기쁨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그러나 활성산소의 과잉으로 한 달만에 고양이에게 눈에 띄는 노화현상이 나타났으며, 또 활성산소의 나쁜 영향을 받은 지질이 과산화지질이 되어 고양이에게 심장병을 유발했다. 실험 성공을 축하한 지 세 달만의 사건이었다.


매리언 듀차스(Marion Deuchars)의 “나보다 멋진 새 있어?(Bob the artist)”의 내용이 생각난다.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간사한가? 한 사람이 Bob을 괜히 싫어하니 이것이 전염되어 모두가 Bob을 싫어한다. 이에 Bob이 부리를 색칠한다. 한 사람이 좋아하니 또 모두가 좋아한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제 Bob이 부리를 칠하지 않아도, 그냥 원래의 모습인데도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한번 형성된 고정관념이란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정박사님은 이 이야기를 거꾸로 돌린 경우이다. ‘정마’를 만든 그녀, 모두의 영웅이었던 그녀에게 10년이란 세월은 가혹한 변화를 가져욌다. ‘정마’는 당연히 존재해 왔던 것으로 퇴색되었으며, 또 그동안의 3번의 실패는 그녀를 완전히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감이 지나친 분노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그녀의 죄명은 ‘공금횡령과 동물학대죄’. 천문학적인 돈과 수많은 동물의 희생에 대해 사람들은 그녀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나직히 중얼거린다.

별 하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다. 그리하여 스러지다.


“Men are springs without water and mists driven by a storm(2 Peter 2:17)”



keyword
작가의 이전글Doctor Jung(정박사님-Novel)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