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의 마음

by 김해경

추위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가 본 세상의 혹독함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혹독함,

소망 없음의 마음의 혹독함,

소통 부재로 인한 외로움의 혹독함

자연이 앓는 몸살의 혹독함.


그는

혹독한 추위로 이를 전하고자 했다.


사람들은

털 장화, 털외투, 털장갑, 털목도리,

거기에다 털 귀마개로

추위의 목소리를 철저히 봉쇄했다.


추위는 그의 안타까움과 설움을

뭉텅이로 뭉쳐

눈이 되어 내렸다.


나는 산이, 들판이 고맙다

추위의 마음을 온전히 뒤집어쓴 채

얼마나 오랫동안 그를 위로했던가.


나는 개천이, 호수가, 강이 고맙다.

꼼짝 않고 긴장하며

추위의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가.


오늘

인간의 무정함에 지쳐

추위도 슬그머니 쉬러 갔나 보다.


산은 아직도 추위의 마음을 기억하는 듯 눈을 껴 앉고 있고

개천은 졸졸 소리 내어 추위를 위로한다.


나도

그동안의 언 마음을

햇살에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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