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이야기 - 1
요즘 들어 ‘어른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하루하루 살아가며 절감하고 있습니다.
어수룩하고 아직도 어린 시절의 감성에 기대어 살아가는 제 자신을 바라볼 때면 문득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감정에 휘둘리고, 서운해하고, 인정받고 싶어 애쓰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나도 아직 멀었구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어제는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가르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 한 아이가 너무 잘 삐진다며, 이제는 조금 덜 달래주기로 했다는 말에 저는 웃으며 “나도 어릴 땐 그랬던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지금 어떠한가. 나는 정말 삐지지 않고 사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지 ‘삐졌다’는 표현을 쓰지 않을 뿐이지, 어떤 말에 마음이 다치고, 어떤 태도에 서운해지고, 어떤 시선에 불편해지는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속상함을 얼굴에 드러내듯 표현하지 않을 뿐, 내 안의 감정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그 몸에 어울리는 품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품어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하고, 다독이는 마음이 부족하다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겠지요. 오히려 품어지기를, 이해받기를, 안아주기를 바라고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성장의 길 위에 선 나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마음에 맴돌던 아침, 책상 앞에 놓인 조윤제 작가님의 『다산, 어른의 하루』 탁상 달력의 한 문장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어른이란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존재다. 꾸미고 감추려는 마음을 덜어내야 진짜 어른이 된다.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존재’라는 문장이 제 안에 깊게 머뭅니다.
삶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관계 속에서, 감정 속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는 크고 작은 흔들림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어른일 것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감정에 휩쓸릴 때, 억울함이나 서운함이 올라올 때, 그 마음을 덮거나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른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셈입니다.
어른다움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품의 문제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다루는 내면의 힘. 그 힘이 곧 어른의 품격이라 생각합니다.
아침의 고요 속에서,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나는 진짜 어른으로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답해 봅니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오늘 하루, 흔들릴 때마다 나를 돌아보고,
누군가를 품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