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딸아이가 함께 영화를 보자고 했습니다. 제목은 '타고난 재능(Gifted Hands)'이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과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응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집 안에 설치된 오래된 빔과 스크린을 꺼내고, 팝콘과 콜라까지 준비해 작은 영화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날 저녁은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눈,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세계 최초로 삼쌍둥이 뇌 분리 수술을 성공시킨 벤자민 카슨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한 천재 외과의 성공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그의 ‘성장기’,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인종차별, 이혼 가정,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무가치하다’는 낙인을 찍힌 한 아이에게 단 하나, 흔들리지 않고 주어진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엄마의 언어’였습니다.
“넌 바보가 아니야.”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보면 돼.”
“넌 실패할 아이가 아니야.”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르던 어린 벤자민에게, 그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때로는 수없이 되풀이하며 이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세상이 그를 무시하고, 선생님이 포기하고, 아이 자신마저 자신을 믿지 못할 때에도, 어머니만은 믿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믿음을 담아, ‘말’로 아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말로 살려냈습니다.
어머니의 말은, 움츠러들어 있던 아이의 마음과 머릿속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두려움과 열등감으로 갇혀 있던 뇌가, 자유롭게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뇌로 변화된 것입니다.
영화를 보며 저는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언어로 세워지는 존재라는 사실을요.
말은 때때로 칼보다 날카롭고, 침묵보다 무겁습니다. 하지만 믿음과 사랑이 담긴 말은,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습니다.
누구든 인생에서 그런 언어를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언어를 전해주는 이는 엄마일 수도 있고, 아빠, 친구, 이웃, 교회 공동체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엄마의 언어’이지만, 사실은 누구나 누군가의 인생에 생명을 불어넣는 말을 건넬 수 있다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처음의 말’이 바로 어머니의 언어였기에, 그렇게 부르게 된 것뿐입니다.
영화 속에서 벤자민은 말합니다.
“전 기적을 믿습니다. 이곳에서요.”
머리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기적은 단지 손끝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에서, 그리고 그 생각을 키워주는 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저는 영화 속 어머니의 말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는 제 자녀에게 이 말들을 더 자주, 더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넌 할 수 있어”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을 보면 돼”
“네 머릿속엔 온 세상이 들어 있어”
“넌 이 세상에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어”
“내가 말했잖니, 너도 남들처럼 뭐든 할 수 있다고”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사실을요.
하나님을 믿는다면, 우리 역시 말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세워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도 누군가의 인생에 ‘살리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