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으면 길이 보인다
짙은 안갯속,
길은 끝내 모습을 감춘다.
갈림길 앞에서
세상은 늘
말없이 등을 돌렸다.
빈손으로 태어나
붙잡은 건 단 하나,
끝내 해내려는 마음뿐.
부서진 발로
허공을 딛던 날들,
흔들리는 나를 스스로 안아
눈물 닦으며 걸어왔다.
쓰러지지 않고 걷다 보면
안개는 물러가고
길은 조용히 열린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확신 없는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발걸음.
문득 뒤돌아보니,
흩어진 걸음들이 이어져
길이 되어 있었다.
여름 끝자락,
아득한 희망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