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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스토리

by 가치지기

요즘 직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스토리’입니다.

예전에는 ‘계획’이라는 말이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일을 추진할 때도 “스토리를 잘 구성해 봅시다”라는 표현이 훨씬 더 익숙하게 들립니다.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일을 단계별로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맥락과 흐름, 그리고 각 단계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 줄 명분과 의미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 우리는 그 전 과정을 하나의 짜임새 있는 서사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야 결과를 설명할 때 설득력이 생기고, 외부의 질문이나 비판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인 논리 구조를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잘 끝냈다’는 평가를 넘어서, ‘왜 그렇게 진행되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힘을 가집니다.


잘 구성된 스토리는 당장은 보이지 않을지라도, 모든 과정이 끝난 뒤 되돌아보면 그것은 단순한 업무 기록이 아닌 의미 있는 이야기로 남습니다.


스토리를 정리하던 어느 회의 중, 문득 나 자신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연 내 인생의 스토리를 어떻게 써왔을까?”


돌아보니, 이미 끝났어야 할 이야기들을 여전히 마음속에 품고 있었고, 지워도 괜찮았을 장면들을 여전히 중요한 페이지처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워내야 했던 문장은 끝내 덜어내지 못했고, 덮어두었어야 할 장면은 제대로 덮지 못한 채, 나는 그 오래된 이야기들을 여전히 현재의 일부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흔들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발목이 잡힌다’는 말을 합니다.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이야기들이 여전히 내 삶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나는 그 과거의 연장선 위에서 오늘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작에, 과거의 스토리 중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장면들만 남기고,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이야기들만 추려내어 새로운 스토리를 그려갔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나는 필요 이상으로 실패와 상처의 장면들을 내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살아왔습니다.


과거의 아픔이 지금의 나를 설명하게 두었고, 그로 인해 미래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제약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 기억들이 너무 깊게 박혀 있었기에, 새롭게 구성할 여백조차 남겨두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오래전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과거는 현재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NEW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나 이상적인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얼마든지 새로운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말이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선언처럼 들렸습니다.


스토리란 결국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설득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나는, 더 이상 지나간 실패나 오래된 기억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과거의 모든 장면은 이미 지나간 페이지로 남겨두고, 이제는 나를 앞으로 걸어가게 할 이야기,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의미 있게 이끌어줄 이야기로 내 삶을 새롭게 구성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나만의 NEW 스토리를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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