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타임
11월은 한 해의 마지막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 작전타임과도 같은 달입니다.
한 해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마음은 잠시 쉬어가고, 남은 시간 속에서 마지막 전략을 점검하는 달이 바로 11월입니다.
10월의 물들지 않은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오기 전 서두르듯 가을빛이 물드는 만추의 계절,
차가운 겨울의 기운이 문을 두드리며 어서 자리를 내달라고 속삭입니다.
11월은 묘한 균형을 지닌 달입니다.
끝과 시작 사이, 아쉬움과 기대 사이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무언가를 마무리하기엔 아직 핑계가 남아 있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엔 따스한 이불 속에서 잠시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달입니다.
11월은 누구에게나 묻습니다.
“당신의 한 해는 어땠습니까?”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봅니다.
시작할 때 품었던 소망과 기도,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어려움,
끝내지 못한 일과 마음속에만 담아둔 소녀 같은 꿈들, 변하리라 믿었던 내가 변하지 못해 놓쳐버린 소중한 순간들…
하나둘 떠오르는 지난 시간들이 11월 속에 스며듭니다.
하지만 11월은 그 회한마저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속삭이는 달입니다.
11월은 작전타임이 있는 달입니다.
숨 가쁘게 전력질주하던 우리는 벤치로 돌아와 숨을 고르고, 12월의 종이 울리기 전에 한 해의 전체 시간표를 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점검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며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 다가올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지 스스로에게 묻는 달입니다.
11월의 공기는 차갑지만, 그 안에 담긴 온기는 커피 향처럼 깊습니다.
하늘은 낮게 깔리고 햇살은 부드럽습니다.
그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다가올 길을 마음속에 그립니다.
이 조용한 작전타임 덕분에,
12월의 마지막 경기로 나설 힘이 생깁니다.
11월은 쉼이자 준비의 시간입니다.
마침표가 아닌, 반듯한 쉼표의 달입니다.
이 달이 주는 여유와 성찰 속에서
다음 출발을 조용히 계획합니다.
겨울이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11월은 아직 그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11월 은
마음과 영혼에게
쉼을 주는 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