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이유
봄에는 피어나게 하시고,
여름에는 자라게만 하시더니,
가을에는 멈추게 하신
주님,
가만히 서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붉게 물든 소리를 들으면
“쉬어가라” 말씀하시는 것 같아
지친 마음이 부석부석 흔들립니다.
찬란한 계절을 고집대로 보내고
기대할 것 없이 다 지나간 듯 황량해진 들판에도
주님은 꽃보다 더 아름답게 물드는 계절이
아직 남아 있다고
조용히 토닥여 주십니다.
주님,
이 가을
제 영혼이
주님의 빛으로
조용히 물들게 하소서.
그렇게,
주님만 바라보다
가만히 떨어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