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訃告)

by 가치지기

부고(訃告)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았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삶의 빈 종이


어느 날 마침표만 찍힌 채
주인공 없는 낯선 공간에
배달되듯, 나를 초대한다.


흐르는 눈물, 마르지도 않은 채
슬픔의 이유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들과
이제 막 지워져 가는 세월을
허기가 채워질 때까지 되짚고,
옷깃에 묻은 슬픔
주섬주섬 챙겨 떠난다.


먹먹한 가슴으로 돌아오는 길
한겨울, 내쉬는 하얀 숨결
다시 들이키지 않으면, 그저 죽음인데.


추위에 감각 잃은 코끝에 콧방울 맺히듯
늘 아슬아슬 죽음을 달고 살면서
들숨과 날숨 사이의 틈,
그 짧은 순간에
삶과 죽음은 외줄을 타듯 살아간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 날,
들숨이 멈추면
슬픔이 포장되어
나도 알지 못하는 집에 배달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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