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핑크림 인기 만점

1월 29일

by Hermit Trucker


꿈을 꾸었다. 수백 미터 심해에 잠수하는 꿈이다. 왜 그런 꿈을 꿨을까?


간밤을 지냈던 공터는 눈이 얼어붙어 설원이었다. 아이스로드 트럭커는 이런 길로 다니겠지.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테네시로 내려간다. 드디어 중부를 탈출한다. 세 군데씩 배달하다 배달처가 한 곳이니 뭔가 허전하다. 너무 간단한 것 아닌가?


화물을 실으려면 트레일러 청소부터 해야지. 반품된 화물도 처리하고. 멀지 않은 곳에 트레일러 와쉬아웃하는 곳이 있었다. 어제 오다가 들러서 샤워했던 플라잉제이 바로 옆이었다.


와쉬베이는 겨울철에는 문을 닫고 일한다. 기온이 낮아 물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춥기도 하고. 밖에 트럭을 세우고 기다리다 트레일러 문을 열어 휘핑크림 박스를 꺼냈다. 와쉬베이 입구에 덤스터 컨테이너가 있었다. 내 뒤에 있던 트럭 기사가 다가왔다.


“그거 뭐냐?”

“반품된 휘핑크림이다. 너 좀 가질래?”

“한 상자 가져갈게.”


나머지 상자를 들고 덤스터로 다가갔다. 건물 문이 열리며 직원들이 다가왔다.


“뭐냐?”

“휘핑크림이다. 줄까?”

“좋지.”

그들은 반색하며 받는다. CCTV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일까? 일단 덤스터에 던져 넣으면 꺼내기 힘들다. 설령 꺼내도 찜찜하고. 이곳은 트럭 정비공장인데 트레일러 세차는 덤으로 하는 일이다. 직원이 제법 많아서 한 사람당 몇 통씩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휘핑크림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냉장 보관해야 하지만 날씨가 차가우니 밖에 둬도 된다. 나도 종류별로 한 통씩 챙겨 냉장고에 넣었다. 제품을 버리지 않아도 돼서 기쁘다.


발송처에서 짐을 실었다. 드럼통에 든 블루베리 용액이다. 제너럴밀스로 배달하는데 거기서 만들 제품에 쓸 원료인가보다. 블루베리 향이 났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00130002653_0_crop.jpeg

약 600마일 거린데 모레 아침 10시까지니 시간은 넉넉하다. 오늘은 절반을 가서 주유하고 그곳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보다 약 30마일 거리가 짧은 61번 국도를 탔다.


Okawville, IL의 로드 레인저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두웠다. 예상보다 주차공간이 적었다. 주유는 내일 출발할 때 하기로 하고 일단 주차부터 했다. 두 자리 정도 비었다. 뒤편에 세웠다. 트럭스탑에서 후진 주차는 여전히 두렵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실력은 충분한데 그동안 몇 건의 사고 기억이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거의 정확하게 각도를 잡아 들어갔다. 마침 지나가던 드라이버가 뒤를 봐줘서 안심됐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후진을 마무리하려는데 그가 나를 제지했다.


“뒷 날개 접어야지.”

“아! 맞다. 깜박했다.”


저녁 식사 후 어제 배달했던 화물 서류를 정리해 스캔했다. 여기까지 마쳐야 돈을 받는다.


북미 장거리 트럭커 단톡방의 명단을 정리했다.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나까지 모두 13명이다. 전체 참가자는 19명이다. 서로에 대해 잘 몰라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개인 신상을 정리해 명단을 공유하면 도움이 되리라. 참가자 중에 3명이 유튜버다. 취미로 바이크와 승마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운전경력 14년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첫 트립을 시작한 신참도 있고 학원에서 CDL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분은 30년 전에 유조차 몇 년 몰다 작년에 리퍼를 다시 시작했다.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올해로 쉰이 되는 아내는 감회가 새로운가 보다. 나는 생일에 의미를 안 둔 지 오래인데. 아들이 직접 만든 생일 축하 카드를 받고 아내는 감동했다. 나하고 이혼 안 하길 잘했단다. 창의성이 돋보이고 정성이 들어간 카드다. 이런 카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크림을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