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실수를 했다.

1월 6일

by Hermit Trucker

이런 낭패가 있나. 눈에 뭐가 씌었거나 뇌가 노화한 게 틀림없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플라잉제이에서 샤워하고 출발할 즈음에 문자가 와 있다. 이번 화물 배달하면 웨스트버지니아로 가서 트레일러를 연결해 핏스톤 터미널에 배달하라는 지시다. 그다음에 집으로 가라고. 내일 집에 도착하겠군. 예정보다 하루 일찍 가네.


오하이오주 워싱턴코트하우스 월마트 DC에 배달을 마쳤다. 조금 쉬어도 되겠건만 어서 일을 마치려는 생각에 바로 웨스트버지니아로 향했다. 약 170마일.


해가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달리려는 생각에 휴게소 하나를 그냥 지나쳤더니 남은 100마일에 마땅히 쉴 곳이 없었다. 아침도 대충 먹었는데.


가는 길은 험했다. US-35와 I-64 웨스트버지니아 구간이 그렇다. 목적지 가까이 가니 트럭이 다닐만한 길이 아니다. 왜 이런 곳에서 트레일러를 연결하라는 거지?


주소대로 왔는데 작은 동네고 뭔가 예상했던 그림이 안 보인다. 다른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한쪽에 대고 나와 둘러봤다. 뭐가 없다. 트럭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나왔다.


“도움이 필요하냐?”

“트레일러 가지러 왔다.”

“트레일러 번호가 몇 번이냐?”

“180398이다.”


야드라고도 할 수 없는 길옆 작은 공터에 트레일러 두 대와 몇 대의 차가 있었다. 내가 가져갈 트레일러는 심하게 망가졌다. 사고 트레일러구나. 근처에서 사고가 나서 여기로 견인한 모양이다. 어쩐지 위치가 이상하더라니. 이걸 끌고 제대로 운행할 수 있으려나?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타이어는 멀쩡했다.


문제는 내가 가져간 트레일러였다. 어디다 세우지? 왜 밥테일로 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길가 옆 주택 뒤로 철로변에 트레일러를 세울 공간이 있었다.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분리 보고를 보낼 참이었다. 트레일러 위치를 적는 항목이 있다. 여기 코드가 뭐였지? 메시지를 살펴봤다. 헐! 트레일러를 오하이오에 내려놓고 오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걸 못 보고 맨 뒤만 봤다.


문자를 보냈다. “내가 실수했다. 트레일러를 내려놓지 않고 그냥 왔다. 여기 트레일러 주차는 가능하다. 어떻게 할까? 지시 바란다.”


답장이 왔다. “오하이오로 갔다가 다시 올 수 있나?”


5시간 남았으니 서두르면 가능하다. 문제는 거기가 거래처라면 트레일러 내부를 청소하고 가야 한다. 이 시간에 문 연 곳이 있을까?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전화를 안 받았다. 트럭스탑에 있는 곳은 전화를 받았다. 11시까지 문 연단다.


왔던 길을 올 때보다 더 빨리 달렸다. 트레일러 청소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몇 번 왔던 제너럴밀스다. 지정한 도어에 세우고 밥테일로 서둘러 나왔다. 갔다 왔던 길을 다시 간다.


시간을 다 쓰기 전에 도착은 할 수 있으나, 트레일러 연결하고 갈 곳이 없다. 내일 연결하기로 했다. 밤에 일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그곳은 조용한 주택가라 밤새 APU 소음을 내면 안 될 것 같다. 22마일 떨어진 곳에 월마트가 있었다. 평도 나쁘지 않고 밥테일이니 하룻밤 나기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살면서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메시지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신중히 움직일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회사는 연료값을, 나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마지막 순간에라도 실수를 깨달아서 다행이다. 대가는 치렀지만,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다. 그대로 거기에 트레일러 주차하고 부서진 트레일러 연결해서 나왔더라면. 그럴 기회도 없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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