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트레일러를 끌고

1월 7일

by Hermit Trucker


새벽 2시, 월마트에 도착했다. 외진 곳이라 조용하다. 주차장에는 트레일러를 연결한 트럭이 한 대 있었다. 나는 매장에서 제일 먼 입구 가까이 댔다. 승용차가 잘 안 주차하는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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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많이 내린다. 정오에나 움직일 수 있다. 어제 실수만 안 했다면 벌써 여기를 벗어났을 텐데. 조심해서 달리는 수밖에.


오늘은 산을 넘지 않고 계곡을 따라 난 길로 갔다. 좁고 험한 길이다. 어제 갔던 장소에 도착했다. 트레일러를 연결하려면 반대 방향이다. 밥테일 트럭도 유턴할 곳이 없어 다음 마을까지 가서 마트 주차장을 이용해 돌아왔다. 어젯밤에 만난 영감님이 오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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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트레일러가 드라이브 타이어보다 낮다. 트레일러 바닥에 바퀴가 걸려 후진할 수 없다. 헛바퀴만 돌았다. 트레일러를 높여야 하는데 사고로 랜딩기어 손잡이가 부러진 상태다. 트레일러와 트랙터를 연결하더라도 앞쪽에 놓인 다른 리퍼 트레일러가 진로를 방해한다. 좁은 2차선 도로에서 그 트레일러를 건드리지 않고 나갈 각도가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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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른 트레일러를 옮기기로 했다. 거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글래즈 핸드락(gladhand lock)과 킹핀락(Kingpin lock)이 둘 다 걸려 있었다. 킹핀락 실물은 처음 봤다. 영감님이 열쇠를 찾으러 갔다. 얼마 후 돌아온 영감님은 킹핀락은 풀었는데 글래즈 핸드락은 열쇠를 찾지 못했다.


난감한 상황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트레일러 오른편에는 다른 차량이 없었다. 우회전해서 도로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문제는 해결이다. 진짜 문제는 트레일러를 높여서 그 아래로 핍스휠(Fifth Wheel)을 밀어 넣어 킹핀에 물리는 일이다.

영감님은 트럭의 에어백을 이용해 트레일러를 높이고 다리 아래에 각목을 더 받치는 방식을 제안했다. 먼저 에어백 공기를 빼 트랙터의 높이를 낮춘다. 트랙터 후면 프레임에 각목을 쌓는다. 에어백 공기를 주입해 트레일러를 든다. 높아진 트레일러 다리에 받침을 추가한다.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이다. 작업은 더뎠다. 인부 3명과 나까지 모두 4명이 1시간이 넘도록 작업했다. 해머도 동원했다. 트레일러를 충분히 높여 고정했다. 후진해서 연결할 차례다. 정면이 아닌 비스듬한 각도에서 후진해 킹핀을 물리는 일은 요령이 필요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각도를 찾았다. 작업은 어려웠지만 나는 새로운 방법과 지식을 배웠다.


출발 시각이 예상보다 지연됐다. 결과적으로는 어젯밤에 작업하지 않기를 잘했다. 도울 사람이 없어 작업이 어려웠을 것이다. 트레일러 하단을 지탱하는 크로스멤버 하나가 부러져 트랙터 바퀴를 건드렸다. 직원들은 고박장치를 이용해 임시로 고정했다.


우회전해서 도로로 빠져 나왔다. 다음 마을까지 가려다 어제 트레일러를 내려놓으러 들어갔던 철로변 공터를 돌아 나오기로 했다. 약간 내리막에 눈으로 질퍽해진 바닥을 올라올 수 있을까 염려가 됐다. 도로에서 좌회전해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트럭이 거의 옆으로 자빠질 지경이다. 균형을 잡고 내려가 돌아서 나오는데 역시나 오르막에서 바퀴가 헛돌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후진했다가 속력을 붙여 탈출할 수 있었다. 트럭 계기판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온갖 경고등이 들어왔다.


산길을 돌아 나와 고속도로에 진입 후 갓길에 트럭을 세웠다. 나가서 검사해보니 트레일러 오른쪽 뒤편 브레이크 챔버에서 공기가 맹렬한 속도로 새고 있었다. 이 속도면 몇 분이 안 지나 트럭의 에어 탱크가 빈다. 공기 압력이 낮으면 트럭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운행할 수 없다. 다행히 에어컴프레셔가 쉴새 없이 작동해 새는 만큼 보충해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시동을 켜니 이미 낮아진 브레이크 압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트레일러 에어 브레이크 공급을 차단했다. 다시 브레이크 압력이 높아졌다. 그리고 트레일러 에어를 공급하니 그 상태를 유지했다.


RA에서 메시지가 왔다. ‘견인회사 사람들이 트레일러 공기가 샌다고 하는데 멈춰서 점검해보고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라.’ '이미 하고 있다.' 에어 컴프레셔가 작동하는 한 터미널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8~9시간 거리다. 에어 컴프레셔는 평소에는 공기 압력이 낮아지면 잠깐 작동하고 다시 멈춘다. 이렇게 장시간 계속 돌면 무리가 있을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어차피 이 트레일러는 터미널 트레일러샵에 가면 대대적 수리가 필요하다. 가까운 정비샵에 가더라도 부품 주문하고 기다렸다 고치려면 빨라도 내일이다. 나는 집에도 가야 한다. 계속 가기로 결정했다.


다시 출발 후에는 모든 경고등도 꺼지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유타는 오늘따라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흥분했나? 컴프레셔 작동 효과인지 웨스트 버지니아와 매릴랜드의 가파른 언덕길을 힘차게 올라갔다. 여러 트럭을 추월했다.


눈길에 여러 사고가 났다. 가파른 낭떠러지로 떨어진 트럭도 보였다. 짙은 안개로 시야가 짧은 곳도 나왔다. 제설이 잘 돼 노면 상태는 좋았다. 역시 북동부는 제설을 잘한다. 유타는 꿋꿋이 달렸다. 핏스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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