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있냐고 마흔이 물었다

by Happyman
13. 나답게 살고 있냐고 마흔이 물었다(김은잔, 포레스트북스)


하루하루가 참 당황스러운 일들이 참 많다. 더더욱 마흔이 되면 좀 더 나아지겠지, 전과 같이 고민이 덜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마흔 다운 어려움과 고민들 그리고 생각이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P39) 주민등록번호 그 옆에 나이 ‘40세’를 적을 때면 왜 갑자기 만 나이인 ‘39세’를 적고 싶어 지는지! 평소 잊고 살았던 진짜 나이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앞자리가 바뀌게 되니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부터 다른 듯 한 기분이 든다. 꼭 어른이 되었다는 확인 도장 같은 것 같았다. 나 또한 마흔에 맞는 행동과 말을 해야겠다고 수 백번 다짐을 해보지만 사실 예전 철부지 없었던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이 말하고 행동을 하는 것 같다.


P46) 몸이 보내는 노화 신호를 자각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거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를 되뇌며 스스로를 토닥였던 기억이 있다. 나날이 삐죽 솟아 나는 흰머리 앞에서 태연하고 싶지만, 사실 아직도 많이 당황하고 있다.

30대 후반부터 몸이 노화되는 신호들이 여러 곳에서 들려왔다. 26세부터 몸은 노화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나는 30대 중후반부터 급격히 진행되는 듯하다. 잘 병원도 가지 않던 내가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렸고, 디스크에 높아진 간수치로 인하여 정기적인 치료와 약물을 복용 중에 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머리에 슬며시 올라오는 흰머리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내가 꼭 어른이 된 것 같아 흰머리가 났다고 아내에게 자랑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듬성듬성 난 흰머리와 코 안쪽까지 점령한 흰머리를 발견하게 되니 심히 당황스럽기만 하다.

P47) 어떤 일이든 인정하기 시작하면 보이는 게 있다. 체력과 외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증거이며, 이길 수 없는 젊음도 있지만 대신 이길 수 있는 늙음이 있다는 걸 이제 나는 안다. 뭐든 시원하게 인정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가는 일이 쉬워진다. 잘 늙으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지 한번 고민해봤다.

잘 늙으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② 사람을 존중하고 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③ 다급히 진행하는 것보다 천천히 시작해보기

④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⑤ 하고자 하는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듣자.


P51) 20대 30대엔 미래에 대한 막역한 희망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하루하루 땜질하고 버티면서 40대를 맞고 보니 미래를 더욱 불안하고 실체 없는 현실이었다.

늘 언제나 앞의 일들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지금 가는 길도 정말 맞는지 고민스럽지만, 5년 뒤에 내가 뭐 하고 있을지 그 이후 나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가 참 기대가 되면서도 불안한 마음도 함께 밀려온다.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가득 넘치는 듯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곳에서, 주어진 일들 가운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 끝에서 또 다른 길, 상상하지 못한 일들로 나의 남은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P52) 현재의 이 불안을 기록하는 일, 나를 자책하면서 또 토닥이면서 일상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 날에는 조금 알게 되지 않을까...


P57)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진실을. 그리고 나쁜 경험이 모두 나쁜 것도 아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나는 남들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많이 했었고 나 또한 남들에게 제법 상처를 받고 살아왔다. 꼭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려움이 몇 달간 있고 나서는 사람을 존중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사실 생각만큼 되지 않았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어떠한 이유인지 몰라도 그가 미워지고 뼈 있는 이야기를 건넬 때가 참 많았다. 뒤돌아보면 후회를 하면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 더욱 그렇게 대응을 한 것 같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면서 이러한 일들이 무수히 많이 일어나는 듯하다. 꼭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으로 다 같이 동의한 듯이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상처를 주고받고 있다. 나는 그런 동의를 거절한다. 그리고 꼭 그런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주고받거니 하는 게임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과거의 상처들은 제법 오랫동안 내 마음에 머무는 듯하다. 잊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이놈의 자식은 쉽게 도망가지 않고 어쨌든 나를 붙들고자 한다. 솔직히 나의 마음 한 켠에는 어떻게든 그들을 복수하려고 하는 마음이 더욱 커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놈이 나를 붙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그놈을 통해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과거의 상처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상처로 인하여 지옥 같은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상처를 받아보니 기존 상처를 받은 이들이 생각이 나고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좀 더 겸손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에 꼭 상처만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너무나도 상처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또 다른 것에는 보지도 않고 집중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P66) 일하면서 맞닥뜨리는 분노에 가까운 상황, 예전보다 훨씬 잘 알게 된 인간관계의 비열함,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가족과 같을 수 없다는 진실, 내 인내심은 ‘간장 종지’만 하고 나는 여전히 제멋대로의 인간이라는 사실, 모든 인간이 다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없지만 점점 ‘성악설’을 믿는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인, 그리고 지난 40년을 되짚어보니 앞으로의 40년도 큰 반전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이 그냥 괜찮다.

지난 삶을 되짚어보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어른이 되어가고, 사람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순탄하면 좋으련만 사람의 인생이 꼭 순탄하기만 하겠는가? 순탄하지 않은 꽉 막힌 고속도로이지만 그 가운데 배우는 것이 있고 조금 더 다듬어지는 시간들이 분명 있었다.


P70)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좋다. 방향만 잘 잡고 있다면 좀 늦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자, 빨리 가는 것보다 제대로 괸 길을 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주변이 난리다. 꼭 늦게라도 가면 뒤에서 경적(klaxon)을 누르면 빨리 가라고 난리다. 20대 때는 어느 누구보다 빨리 가려고, 최대 속도로 지나쳐간 것 같다. 그렇게 빠르게 간 것만큼 놓친 것들이 제법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많이 깨닫게 된다. 함께 하는 동료들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을 보지 못했고, 벌써부터 힘들어했던 몸과 마음을 보지 못해 결국 40대에 진입하는 무렵 사달이 나고 말았다.

무엇보다 늘 언제나 조급했다. 누가 그런 것 같지 않는데도 나 스스로가 너무 조급하게 살아서 늘 내 몸은 긴장된 상태로 살았었다.

지난 과거의 삶이 후회되면서 이제는 예전과 같이 정확한 방향과 그리고 차근차근, 천천히 나아가면서 나의 남은 인생을 완성시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삶이야 말로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모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P139) 결혼한 세상에선 가늠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고, 남편과 시대, 아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책임과 의무가 따라오며, 하루아침에 빨리 어른이 되라고 강요한다. 가족들이 생기는 대신 나만 챙기면 되는 홀가분함은 사라지고 여러 가족과 친지들의 대소사까지 챙겨야 하는 피곤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P141) 연애할 때의 뜨거움과 설렘은 지나갔지만,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엔 대체할 수 없는 편안함이 남았고, 착각이고 실수라고 생각한 결혼에서 천사 같은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라고 했다.

당연히 나이를 먹으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지속적인 사랑과 갈등의 선상에 서고 싶지 않았고 보다 안정적인 삶을 꿈꾸었기에 갑자기 결혼을 한 것 같다. 준비되지 않는 신랑은 제법 많이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고 늘 밀려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때론 힘들기만 했다. 그러나 그 아픔만큼 아이들을 통해 행복이 채워지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높여주고 배려해주는 아내 덕분에 늘 부담되던 책임감도 덜 하게 되는 등 가족을 통한 행복이 마흔인 나에게 큰 힘이 되곤 하였다.

P158) 선택한 친구를 삭제하겠습니까?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좀 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기까지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소원해진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소원해진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또다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지곤 하였다.

예전 함께 학교를 다녔던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내가 결혼한 이후 완전 관계가 끊어졌다. 가족 핑계로 인하여 몇 번 친구들의 모임을 가지 않았더니 그 관계가 정말 끊어지고 말았다. 과거 그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며 살아왔었는데 지금 현재 그렇게 하지 못해 씁쓸하기만 하다. 물 흘러가듯 사람을 사귀고 헤어지는 것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과거의 실수를 다시 한번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 만나고 즐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든다. 결국 남는 것은 가족일지라도, 그 많은 사람 중에 나 또한 참 소중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들 마음에 내가 참 소중한 사람으로 새겨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P166) 평소 많이 좋아했던 선배가 위기의 상황에서 일순간 얼굴을 바꾸고 자신의 민낯을 보였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모습은 그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선배가 잘 꾸미고 감춰온 얼굴 안에 전혀 다른 모습이 존재했다는 것을. 그녀는 불리한 상황이 생기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얼굴을 바뀌었고 본인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삶을 살면서 한 두 번 정도의 위기가 오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러한 위기 때문에 삶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힘들고 어려웠다. 사실 위기의 순간에 나의 민낯을 보게 되었을 때에 제법 많이 놀라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잘 나가는 사람처럼 살아왔는데 위기를 통해 나의 민낯이 보여지는 것이 너무나도 창피하기는 하였지만 사실 민낯 그대로 살기보다는 포장해서 살았던 과거의 내가 참 많이 부끄러웠다.

P174)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가 채워지는 어떤 법칙’ 같은 게 관계에도 적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소중한 관계는 시간보다 ‘의미’에 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며 추억을 쌓은 것보다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느냐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평생 함께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있는 순간 아이들과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의미 있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 마음 한편에 행복이 자리 잡아서 어떤 일들이 발생되더라도 그 행복을 통해 거뜬히 이겨내는 아이들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P178)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식적으로 대하는 일도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만나는 이들마다 잘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 노력한 만큼 상대방의 시원치 않는 반응 때문에 상처를 도리어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하여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스스로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욕심을 먼저 버리고,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만이라도 집중하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P185)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나의 관계 편식증이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길 바란다. 동시에 넓어졌다가 좁아졌다를 반복하는 관계에도 너무 연연하지 않기를.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내 입장과 생각에 집중되어 타인을 해석하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나 또한 부족한 사람이기에 남을 이렇게 저렇게 해석할 사람은 아니며 보다 나의 분명한 기준으로 해석하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항상 노력을 다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245) 40대에 진입하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풍파가 잘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몸을 웅크리는 법을 알게 된다.

어쩌다 풍파를 받게 되어서 사실 몇 달 동안 좌절을 하게 되었고 벗어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지 못한 어설픈 마흔의 나의 모습이 참 부끄럽기만 하지만 풍파가 있을 때 몸을 웅크리는 법을 예방차원에서 배웠다는 점에서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P247) 마흔은 여전히 흔들리고 좌절하는 동시에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 나이다.

마흔이 되었을 때는 전혀 어려움이 없고 잘 나가는 시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그러지 못하고 어찌 보면 예전보다 더 많이 흔들리고 좌절하는 시기인 듯싶다. 그런데 예전처럼 더 깊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과거 그러한 소소한 경험이 축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과거의 상처들과 아픔이 어떻게 보면 소중하게 느껴진다.


P267) 유난스러운 이 마흔 앓이를 한차례 겪고 나면 이번에도 꽤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다.

마흔이 물었다.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 집 아들 독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