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대단한 착각 속에 살았던 나
대단한 착각 속에 살았던 나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실업자의 생활의 며칠은 상상도 못 한 일들이어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내왔다.
그저 며칠 간 휴가를 낸 듯 한 기분이랄까?
나는 지금 실업자인데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생활을 하였다. 사람들에게도 연락하며 당분간 일을 한다고 연락을 하기도 하고, 몇몇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실업자의 생활이 부끄럽게만 느껴진 것이 아니라 곧 영웅이 될 사람이니 영웅이 되기 전 큰 고비와 어려움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을 하였다.
“나 곧 영웅이 될 거라서 이러한 어려움이 생긴 거야?!”
나는 사실 영웅이 아닌데, 나름 큰 착각 가운데 살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착각 가운데 살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첫째 아들은 나의 실업자 생활을 좀 반기는 듯했다. 사실 아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받을까 봐 실업자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며칠간 휴가를 냈다고 핑계를 대거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재택근무를 한다는 핑계를 둘러대기 바빴다.
순진한 우리 아들은 그저 아무렇지 않게 아빠의 말을 믿기만 했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곧 일어설 것이라는 큰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1달이 지나고 2달 지나고 나니 드디어 나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하나도 변화지 않는 나의 현실이 원망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영웅은 무슨 개뿔(?)’
크게 착각한 나는 지금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바보처럼 살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고 납득하고자 했던 나름 만들어낸 나의 ‘합리화’는 아닐까 싶다.
한동안 이런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점점 힘들어져가는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심적으로 무척 힘들어지기만 했다.
6) 실업자의 생활 체험기
실업자의 생활을 체험하기보다는 지금 나는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다. 체험이었다면 금방 끝날 일이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실업자의 생활이 즐겁지만은 않다.
평소에 5시~6시에 일어나서 책도 보고, 일찍 출근하기도 하였는데 이제 그런 것들을 전혀 할 수 없으니 평소와 다르게 좀 늦게 일어날 생각이었다.
약 14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내가 갑자기 바뀌겠는가?
9시에 일어나겠다고 알람을 전에 설정해놓았는데 벌써 깨버린 나는 전에 설정해 놓은 알람을 꺼놓기 일쑤였다.
억지로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오고 몸이 쑤셔오고 힘든 내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좋은 기억을 상상해보려고 했으니 퇴사 전의 많은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생각되고 그들을 향한 분노와 아쉬움 등이 계속 생각이 들었다.
복장도 실업자처럼 입어야 했다. 일부러 예전처럼 챙겨 입지 않아도 되니 집에서 편한 복장, 반바지에 러닝만 입고 있었다. 때론 아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다른 복장을 입기 바쁘기보다 방 안을 보지 못하도록 급히 문을 닿는 경우가 많았었다.
머리도 안 감아도 된다. 칫솔 짓은 하루에 한 번 하거나 기분에 따라 2일에 한 번씩 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에는 하루에 1번 목욕도 했었는데, 땀 흘릴 이유가 없으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할까 말까 할 정도였다.
거울이 비친 내 모습은 말 그대로 실업자였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실업자가 입는 파란 운동복은 아니어도 딱 봐도 실업자 같은 옷들을 입거나 약간은 지저분하게 살았다.
사람들이 실업자라면 그렇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실업자의 생활을 시작해보니 자연스럽게 실업자 다운 모습으로 변화되는 듯했다.
어느 누구도 상상을 못 했을 거다. 내가 그래도 14년 동안 정장을 입으며 회사생활을 했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강의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누구한테 뒤처지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실업자가 되고 나니 정말 한순간에 무너지더라... 한 순간에 무너지니 내 삶뿐만 아니라 내 마음까지 금방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실업자인데도 며칠간은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살려고 노력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은 며칠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실업자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보니 굳이 그렇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분노의 마음과 우울한 마음에 직면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가다 보니 점차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했다고 이런 고난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결국은 실업자가 되었지만, 아무것도 다시 되돌릴 수 없지만 그래도 왜 내가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나름 이 상황을 이해하고자 했다. 곧 나는 일어서기 때문이었다. 잠시 경험하는 어려움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다 보니 이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이었다.
지속적인 실업자의 생활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 중에 하나는 분노의 마음이었다.
나를 여기까지 내몰았던 그 전의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것도 그리고 실업자가 된 것도 그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 내가 그때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오로지 당한 기분에 억울한 것 이상으로 잠을 도저히 이룰 수가 없었다.
그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조차 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오로지 나만 피해자인 듯했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왔고 나도 상처 받고 힘들었지만 참고 기다리며 묵묵히 일해 왔었는데 오로지 그들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비난했던 그들이 참 원망스럽다.
정말 며칠 밤을 지새웠는지 모른다. 잠을 이루게 되었을 때는 그들이 나타나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꿈에서라도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컸는데, 참 바보처럼 꿈에서도 그들에게 당할 뿐이었다. 아무 말 못 하고, 오로지 당하기만 한 나는 아침에 기분 나쁘게 깨어날 때가 많았다.
아무것도 변화지 않고 사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데 나만 실업자가 되니 도리어 우울감이 찾아왔다.
나에 대한 실망감, 좌절감, 지난해왔던 일들에 대한 후회감..
더더욱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라한 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점차 이 상황을 해쳐나갈 자신도 하나도 없었다. 점차 어디에 숨고자 했고, 일어나서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포기하려고 하는 마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모든 상황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그저 내 마음만 점점 더 힘들어질 뿐이었다.
‘벗어나고 싶은데 고립된 이 상황!’
퇴사의 추억 1탄 ‘퇴사하던 날’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어요!”
회사를 그만둔 마지막 날 듣게 될 줄 알았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조차 듣지 못한 체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다.
10여 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나의 짐들은 제법 많았었다.
퇴사하는 마지막 날 그 모든 짐들이 다 가져오기 좀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 퇴사하기 전 주 토요일에 출근하여 기존 나의 짐을 정리하였다.
언제 찍었던 사진이었던가? 그 당시 일했던 직원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구석구석 나의 흔적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잠시 이 모든 추억조차 버릴까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그 추억들이 아쉬워서 짐 박스에 소중히 담아놓는다.
언제 받았던 편지인지 모르겠으나 나의 생일쯤으로 추정되는 날짜가 적혀있는 직원들의 소중한 편지들...
내가 힘들어하고 있을 때 직원들이 나를 위로해주겠다며 써준 편지들..
나한테 너무 미안했다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써 내려간 편지들..
지난 과거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직원들이 써준 편지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가 참 그리우면서도 잘해주지 못한 나의 모습으로 인해 도리어 나와 함께했던 많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포장용 박스 2박스 정도 되는 것 같다. 끙끙되며 1층에 있는 나의 차에 힘들게 실었다. 짐과 함께 나의 모든 추억까지 말이다.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이렇게 그만둘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직원들이 새롭게 들어오고 퇴사를 했지만 내가 이렇게 퇴사를 할 줄 상상도 못 했다.
퇴사를 하기 1주일 전부터 회사에 있는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무엇보다 나와 동거 동락했던 우리 과 직원들에게 때론 쿨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조용한 자리에서 직원들과 마주하면서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나 때문에 상처 받고 힘들었다면 용서해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한 회사의 부서장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정말 많았다. 도리어 직원들이 하는 일들부터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지키고 책임져야 했다. 직원들의 실수가 나의 실수였고 직원들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며 어려움이었다. 도리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른 부서장으로부터 혹여나 싫은 소리를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잠시 떠오른다.
“미안해요 선생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지난 10여 년 동안 제일 힘들게 했던 사람은 다른 부서장들이었다. 부서장간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는지? 사실 함께 협력하여 잘해보고자 했는데 그것이 잘 안되었다. 나도 어느 일부분 잘못한 것이 있어서 다른 부서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퇴사하기 전까지 늘 유지해왔다.
그것조차 해결해야만 했다. 도리어 나는 그냥 나가는 것이지만 남는 직원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있을지 모를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이것조차 잘 단도리(?)를 해야만 했다.
평소에 그렇게 잘하지 못했는데 각각의 다른 부서장들을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에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지난 나의 부족함 때문에 상처 받았거나, 화난 것이 있거나, 섭섭한 것이 있었다면 용서해달라며 진심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들도 떠나는 나에게 미안함을 말하였고 지난 그 모든 것들을 그저 추억으로만 남겨두었다.
그래도 마지막 한 사람만 잘 정리를 해야 했다. 그 사람은 바로 회사 대표였다. 나도 함께 일했던 동료 직원이었기 때문에 상사와의 적지 않는 마찰과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날까지 그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풀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원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늘 언제나 냉철하고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고 어느 때는 나를 경계하듯 대 했던 그였는데 마지막 날까지 나한테 대하는 모습에 놀랍지도 않았다.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사 한번 사주고 잘 마무리를 해 줄 주 알았는데 그것조차 생각했던 나 자신이 참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도 나 때문에 제법 많이 상처를 받은 듯했다. 나의 사표를 한번 반려해준 만큼 배려해주었는데 또다시 퇴사를 하는 나의 모습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었다.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 그래도 몇몇의 직원들이 배웅을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민망할 뿐이었다. 사실 그들을 믿고 나아갔던 나였는데 확실히 평소에 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지막 그 길에서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배웅은커녕 인사조차 해주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이 얼마나 씁쓸하고 섭섭했는지, 그동안 내가 헛된 일들만 했구나라는 생각이 가득 찰뿐이어서 괜한 기대를 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게 끝났다. 고생한 10년의 회사 생활이 이렇게 끝났다.
예전 모시던 회사 대표 분이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있는 직원 챙기는 것보다 나가는 직원, 퇴사하는 직원을 더 잘 챙겨주라고...
그때는 정말 잘 몰랐다. 있는 직원 챙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끝난 사람은 끝난 것이지만 남게 된 직원은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직원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퇴사를 해보니 남은 직원들보다 퇴사한 직원들의 마음이 더더욱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도리어 당하다(?) 보니 그때의 대표 분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다. 지난 퇴사한 많은 직원들에게 미안했다. 조금이나마 더 챙겨줄 것 하는 미안함이 많이 컸다.
어렵게 나를 위해 송별회가 열렸다. 그래도 나를 위한 내가 속한 부서 직원들의 배려라고 생각하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송별회를 통해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송별회 참여가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나의 송별회를 한다고 하면서 나한테 회비를 내라고 하는 것과 송별회 일정과 장소를 송별회 당일 내가 직접 전화를 통해 알게 된 것들도 다 섭섭하였고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나와 함께 했던 직원들이었고 때론 참 소중히 여겼던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예의 없고 아쉬운 생각이 들어도 그냥 참고 송별회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나는 진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나 또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고맙다며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에 벌써 속상했던 마음이 있어서 그랬는지 솔직히 되지가 않았다. 어느 때는 한 테이블에 혼자 남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결국 송별회를 급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함께 했던 직원들조차 나를 그렇게 대하는 모습에 제법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날 모든 감정들을 다 내려놓고 올 생각이었는데 더 안 좋은 감정만 더 쌓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끝났다. 진짜 그렇게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