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그런데 현실은 참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는 것처럼 살아왔는데 결론을 보니 진짜 져 있었고 무참히 깨져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얼마나 억울한지 그냥 지는 척하기보다 그냥 이겨버릴걸 하는 그런 생각도 해본 것 같다.
그런데 매번 이길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매번 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참 커가는 내 아들들에게 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처럼 “꼭 이기려고 하지 말고, 져주렴... 그럼 네가 이기는 것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져줘서 진정 이겨 본 적이 없었으니까..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부정된 것에는 절대 손을 벌리거나, 작은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복종을 이야기하는 관리자들의 모습에 자주 분노하였고 절대 따르지 않았다.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리고 나보다 힘이 있다고 해서 나를 직 누르려는 그들의 모습이 때론 안쓰럽기만 하다.
어느 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개인 휴가인데도 스스럼없이 전화하는 행태, 퇴근 시간 이후 저녁 늦게 전화하는 행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며 나름 충고의 한마디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들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꿈에서 나올 정도로 그들에게 향한 복수심은 극에 달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복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연약한 사람인지라 내가 누굴 판단하고 심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심판은 오로지 그분만이 하실 일이다.
크든 작든 간에 복수를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를 원했던 것은 복수를 통해 나름 나를 위로하려는 어설픈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복수는 복수를 낳는 것 같다. 자기 생각 그대로 복수해봤자 그 사람은 뉘우침보다는 더 큰 칼날을 갈며 나에게 또 다른 복수를 준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도 어느 순간에 보다 높은 자리에 있을게 분명하다. 자연스럽게 오를 자리는 아니겠지만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높은 자리에 있게 될 텐데 나 또한 이전 그 사람들처럼 그렇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 듯해보게 된다.
나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었다. 그들 또한 나를 향해 복수심을 생각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괜히 미안해 지면서 어느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래서 더욱 나 또한 남들을 판단하고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복수하면 통쾌하지 않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통쾌한 것보다 그들을 향한 미움이 더 강렬하게 나타나거나 내 마음 깊이 새겨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더더욱 그 아픔은 곱절로 더 크게 느껴졌다.
며칠 전 일이었다. 한참 꿈을 꾸었는데, 예전 나를 힘들게 했고 나를 내쫓았던 그 사람이 나와서 밤새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번쩍 눈을 띄어질 정도였다.
새벽에 깬 나는 그를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를 향한 복수하려는 생각과 그를 더 이상 미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를 향한 모든 판단과 심판은 그분께 맞겨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를 이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비록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지만 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면 내가 더 힘들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강렬히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를 힘들게 하는 못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속상하고 힘이 들던지... 이제는 몸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고 어떠한 만남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름 나의 복수이기 때문이다. 웃긴 것은 나의 복수심은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스스로가 올무를 만들어 그 덫에 내가 걸린 웃긴 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믿는 그분은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을 용서하라고 하신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내가 얼마나 그들 때문에 힘들었는데요? 다 아시면서 왜 나에게 이렇게 모질게 이야기를 하시나요?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늘 복수심에 불타 오르는 나를 향해 단호하게 용서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단지 나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었다.
미워하고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클수록 가장 아프게 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기에, 그분은 그를 하루빨리 용서하라고 하신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부족하고 죄 많은 나를 용서하셨는데 나는 다른 사람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삶이 다르다고 해서 무지막지하게 미워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래서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그들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 올라 오로지 그 사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탈탈 털려버린 내 마음, 온갖 상처를 받는 내 마음을 한번 더 위로해주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내가 생각한 복수는 절대 지혜로운 복수가 아니다.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그분께, 나를 만드신 그분께 모든 것을 맞기고 삶의 감사함이 넘치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때가 되면 그들도 변화될 것이다.
아니, 변화되지 않아도 좋다. 쉽게 변화되지 않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늘 감사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을 때 그것이 그들을 향한 복수요, 그리고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복수심에 불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삶보다는, 나에게 향한 축복된 많은 것들을 찾으며 그리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최선의 일인 것 같다.
때론 비켜주고, 피하여 주는 것
때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
때론 그분께 다 맡겨 버리는 것
때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기다려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기기보다는 내 삶부터 챙기는 것이 먼저 인 것 같고 좀 더 여유 있는 대처가 나름 그들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실, 사람을 이기려고 사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